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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 키웠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비판 증폭…정부 책임론 확산
'빚투' 급증·괴리율 사고…예고된 부작용 현실화
10일 운용사 CEO 소집…금감원, 후속 대책 논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뒤늦게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뒤늦게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유도하겠다며 고위험 상품을 허용했지만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급증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뒤늦게 제도 보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판을 벌여놓고 이제 와서 부작용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동성공급자(LP) 관리 강화와 기본예탁금 상향, 투자자 교육 강화 등이 거론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보완하고 최소화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을 주요 금융소비자 위험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 원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특정 종목으로의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며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레버리지 투자는 가계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부작용"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시장 과열은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7조3000억원으로 10조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수거래에 따른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도 71억원에서 527억원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특정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도 심각하다.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22일까지 개인투자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8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의 92%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매매회전율은 105.3%,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6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발생한 괴리율 확대 사고도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ACE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급락했는데도 장 마감 직전 호가 공백으로 ETF 가격이 실제 순자산가치(NAV)와 크게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LP 호가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고 있지만, 고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불과 열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주가 조정 시에는 환매와 포지션 리밸런싱을 통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정부가 사실상 '코스피 카지노'를 만들었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촉구했다. /국회=서예원 기자

정치권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책임을 물어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정부가 사실상 '코스피 카지노'를 만들었다"며 상품 도입 경위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는 상장폐지는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대규모 투자자가 참여한 상품을 강제로 폐지할 경우 기존 투자자의 손실을 확정시키고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ETF 업계 관계자는 "이미 투자자가 들어온 상품을 상장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오히려 레버리지 상품의 진입 요건을 강화하고 LP 관리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유도한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와 시장 영향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고위험 상품일수록 사후 대응보다 사전 검증이 우선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0일 오전 주요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ETF 시장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신탁·신한·한화자산운용 등 ETF 시장을 주도하는 운용사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간담회에서는 ETF 의결권 행사 실태 점검이 주요 안건이었지만,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투자자 보호 강화와 추가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신규 출시를 당분간 제한하거나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넘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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