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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문 닫을 시간에 더 바쁘다…KB국민은행 '저녁 6시 지점'의 승부
2022년 전국 72곳 확대 시행…현재도 72개 지점 운영
영업조직 개편 후 점포 조정…창구 처리보다 대출·연금·자산관리 상담 초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전국 주요 거점에서 '9To6 Bank' 8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전국 주요 거점에서 '9To6 Bank' 8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은행 영업점의 일반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에도 KB국민은행 일부 지점에는 상담 창구가 열린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여섯시은행(9To6 Bank)'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인고객 상담업무를 제공하는 시간 특화 지점이다. 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입출금과 이체, 증명서 발급 등 단순 업무가 비대면 채널로 옮겨간 가운데 대출·퇴직연금·자산관리·상속처럼 설명과 상담이 필요한 금융 수요를 영업점이 맡는 구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전국 72개 지점에서 9To6 Bank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 3월 전국 72개 거점지역에서 9To6 Bank를 확대 시행한 뒤 2023년 8월에는 10개 지점을 추가해 82곳까지 늘린 바 있다. 이후 올해 초 영업조직 개편 과정에서 운영 지점을 다시 조정해 현재는 72곳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9To6 Bank는 72곳에서 운영 중"이라며 "올해 초 영업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동일한 PG에서 9To6 점포가 운영되는 사례가 있어 인력과 점주권 관리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현재 72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To6 Bank는 서울과 수도권, 충청,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거점에 배치돼 있다. 서울에서는 가산디지털·강남역·마곡·상암DMC·문정법조·선릉역·종로 등 직장 밀집 지역 지점이 포함돼 있고, 경기·인천에서는 과천·부평·송도·판교·평촌범계 등 신도시와 업무지구 거점이 운영 대상이다. 지방에서도 대전·대구·부산·울산·광주·전주 등 광역 상권을 중심으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다만 오후 4시 이후 모든 은행 업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16시 이후에는 개인고객 상담업무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타 기관과 연계돼 처리되는 업무는 시간대에 따라 일부 제한될 수 있으며, 기업금융창구와 VIP라운지는 연장 운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부 지점은 오후 4시 이후 화상상담 방식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9To6 Bank의 의미는 단순히 영업시간을 두 시간 늘린 데 있지 않다. 은행권 점포 전략이 단순 창구 처리에서 상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계좌 조회와 이체, 예·적금 가입, 카드 관리 등은 모바일 앱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퇴직연금 이전, 자산관리, 상속·증여 상담은 고객별 상황에 따라 금리와 세금, 상환 계획, 투자위험, 필요 서류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특히 직장인과 개인사업자는 평일 낮 은행 방문이 쉽지 않다. 대출 상담이나 연금 이전, 자산 포트폴리오 점검을 위해 반차를 내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9To6 Bank는 이들의 시간 제약을 줄여 퇴근 이후에도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시간 제약을 줄이기 위해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과 신도시, 지역 거점에 9To6 Bank를 배치해 퇴근 이후 금융 상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9To6 Bank' 상암DMC종합금융센터.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시간 제약을 줄이기 위해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과 신도시, 지역 거점에 9To6 Bank를 배치해 퇴근 이후 금융 상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9To6 Bank' 상암DMC종합금융센터. /KB국민은행

은행권의 영업시간 특화 경쟁은 KB국민은행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평일 밤 9시까지 운영하는 '하나 9시 라운지'를 통해 오후 4시 이후 화상상담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라운지와 화상상담 채널을 활용해 야간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우리은행 역시 화상상담 기반 무인점포를 운영해왔다.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면서도 영업시간 이후 상담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차이는 운영 방식에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화상상담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야간·무인 채널에 무게를 둔다면, KB국민은행은 전국 72개 9To6 Bank를 통해 퇴근 후에도 고객이 영업점에서 상담받을 수 있는 대면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이 단순 업무를 흡수하는 동안 남은 점포는 상담형 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입장에서는 9To6 Bank가 고객 편의뿐 아니라 장기 고객 확보의 접점이 될 수 있다. 대출·퇴직연금·자산관리 상담은 한 번의 거래로 끝나지 않고 급여이체, 카드, 예·적금, 투자, 연금 등으로 금융거래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오후 4시 이후 상담 수요를 흡수하는 것은 단순 방문 고객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주거래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성패는 지점 수보다 오후 4시 이후 실제 상담 내용에서 갈릴 전망이다. 연장영업 시간대 방문이 단순 업무에 그치는지, 대출·퇴직연금·자산관리 상담으로 이어지는지, 상담 고객이 신규 거래나 주거래 고객으로 전환되는지가 핵심이다. 비대면 시대에도 은행 영업점이 살아남는 방식은 '많은 창구'보다 '필요한 시간에 깊이 있는 상담을 제공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KB국민은행의 저녁 6시 지점 실험이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 점포 경쟁력은 몇 개를 운영하느냐보다 어느 시간대에 어떤 상담 수요를 흡수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라며 "오후 4시 이후 대출·퇴직연금·자산관리 상담이 실제 거래와 주거래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면 시간 특화점포의 의미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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