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전분·전분당 제조업체들이 7년 넘게 가격 인상과 인하 시기를 짜고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에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인 7475억78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 재결졍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전분·전분당 4곳의 담합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총 6조525억원에 달한다.
업체별 과징금은 △대상 2341억4100만원△사조CPK 2001억3200만원△삼양사 2103억4000만원 △CJ제일제당 1029억6500만원이다.
이번 과징금은 2010년 LPG 공급회사의 담합 사건에서 6개사에 부과한 6689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검찰의 요청에 따라 4개 법인과 임직원에 대해 이미 고발 조치했다.
전분·전분당은 제과·제빵, 제면, 음료, 빙과,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의 원재료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 4개 업체의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국내 사업자 간 거래(B2B) 전분당 시장에서 7년5개월 동안 총 13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옥수수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전가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8차례 합의했고, 옥수수 가격이 내릴 때는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늦추기로 5차례 합의했다.
특히 가격 변경 폭과 시기뿐 아니라 가격 인상 근거, 공문 발송 시기까지 사전에 맞췄고, 업체별 목표가격을 정한 뒤 순차적으로 거래처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거래처에 발송하는 공문의 내용이 합의대로 작성됐는지 서로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해 발송 여부를 점검했다. 거래처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가 협상을 주도하고 나머지 업체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목표가격 형성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 상승기에는 판매가격을 최대한 빠르게 올리고, 하락기에는 가격 인하를 지연하면서 원가 부담을 거래처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했다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시기에는 담합 시작 시점인 2018년 5월보다 판매가격이 최대 73% 인상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담합 전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결정하도록 하는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과 올해 밀가루·인쇄용지 담합 사건에 이어 네 번째다.
공정위는 "민생과 직결된 분야의 담합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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