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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피' 뒤에 가려진 코스닥…레버리지 ETF가 키운 양극화
반도체 대형주 쏠림에 자금 이탈 가속…30년 만에 최대 존립 위기
사상 최고 코스피와 대조…900선도 위태로운 코스닥


코스피가 최근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서예원 기자
코스피가 최근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오는 7월 1일 개장 30주년을 맞는 코스닥 시장이 역설적으로 최대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촉발한 반도체 대형주 쏠림 현상에 투자자금이 코스피로 집중되면서 코스닥은 장기간 소외를 겪고 있다. 29일에는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4% 넘게 급등하고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지만, 시장에서는 추세 전환보다는 기술적 반등에 그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거래소는 29일 오전 9시 28분 32초를 기해 코스닥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코스피 대형주 쏠림 현상 속에 약세를 이어왔던 코스닥은 이날 장 초반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코스닥150 현·선물이 급등하며 발동 요건을 충족했고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오전 9시 38분 기준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7%(39.76포인트) 오른 891.13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루 반등만으로 시장 체질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지난 1996년 7월 1일 중소·벤처기업의 직접금융 활성화를 목표로 출범했다. 당시 343개였던 상장사는 현재 1819개로 5배 이상 늘었지만 시장의 위상은 오히려 후퇴했다.

코스닥은 현재 900선을 밑돌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개설 당시 기준지수 100으로 출범했지만, 2004년 이를 1000으로 10배 상향 조정한 점을 감안하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수는 성장은커녕 사실상 퇴보한 셈이다. 반면 코스피는 올해 초 4200선에서 시작해 최근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시장에서는 '오천피(코스피 5000)' 이후 '삼천닥(코스닥 3000)' 시대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양극화만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지목한다.

지난 5월 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출시 직후부터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렸다. AI 반도체 투자 열풍과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됐고, 상대적으로 코스닥과 중소형 성장주에서는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

특히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와 TIGER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두 상품에만 약 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에도 약 7300억원이 몰렸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순한 투자상품을 넘어 국내 증시의 수급과 변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구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용사는 매일 장 마감 전후 목표 배수를 맞추기 위해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보유 물량을 더 매도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상승폭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더욱 확대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도 한국 시장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노무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이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달러 규모의 리밸런싱 수요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했다. 찰리 맥엘리곳 노무라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은 "한국은 AI 병목 거래의 진앙 중 하나"라며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구조적 역학이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나비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3일과 26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급락 과정에서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 매물이 하락 압력을 키우며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의 부진은 단순히 지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대형주를 제외한 상당수 종목이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은 크게 악화됐다. 바이오와 2차전지, 소부장 등 코스닥 대표 업종 대부분이 부진을 이어갔고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훨씬 많은 왜곡 현상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투자자들의 관심과 유동성을 동시에 잃어가며 시장 기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밝히며 정책 판단을 공개 비판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도 뒤늦게 제도 도입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가 적절했는지, 사후 관리가 충분했는지, 증권사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으로 운영됐는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드러누워서라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를) 막았어야 했는데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책 판단의 아쉬움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부진의 원인으로 코스피에 비해 부실한 펀더멘털이 거론되지만 시장의 쏠림도 주요 원인"이라며 "코스닥 및 바이오 등 주요 소외 섹터의 랠리는 역설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1만1000포인트 전후 수준에 도달한 후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그 전까지는 라지캡 주도주 중심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도주의 부러짐은 금리 하락 안정을 동반할 수 있어 금리에 민감한 코스닥 섹터가 가장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발동 횟수가 적었던 서킷브레이커가 22∼26일 사이에만 두 번 발동됐다"며 "현재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의 원인을 레버리지 ETF로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심화시킨 개인 투자자의 대형주 수급 쏠림이 코스피 지수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다음 달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으로 구분하는 승강제 도입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시가총액 요건 상향도 본격 시행된다. 시장에서는 부실기업 정리를 통한 체질 개선이 장기적으로 코스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투자자 보호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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