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내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회복의 온도는 기업 규모에 따라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 것과 달리 중소기업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대출 증가 속도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앞서면서, 실물경제의 'K자 양극화'가 기업대출의 성장성과 건전성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3.5%로 지난해 4분기 2.5%보다 11.0%포인트 확대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6.0%에서 올해 1분기 13.2%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전체 기업 실적의 개선 폭은 기업 규모에 따라 크게 달랐다.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16.0%였지만 중소기업은 2.4%에 그쳤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올해 14.8%로 8.4%포인트 뛰었지만, 중소기업은 4.1%에서 4.7%로 0.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 실적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대기업과 비교하면 회복 속도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대기업 실적 개선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주력 제조업이 주도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8.1%까지 올랐고,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은 42.2%에 달했다. 반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5.9%에서 올해 5.7%로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6.6%로 낮아져 전체 기업 수익성 개선에서 일부 대기업이 차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에 따른 회복 속도의 차이는 은행권 기업대출 건전성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4~0.61%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0.61%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이 0.46%, KB국민은행이 0.44%를 기록했다. 4개 은행 모두 지난해 말보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7%에서 올해 1분기 0.61%로 0.14%포인트 올라 4대 은행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0.52%에서 0.61%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0.42%에서 0.46%로 높아졌고, KB국민은행 역시 전분기보다 연체율이 상승했다. 대출 공급의 증감과 관계없이 기존 중소기업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모습이다.
특히, 올해 1분기 대출 증가율은 4대 은행 모두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웃돌았다. KB국민은행은 대기업대출이 전분기보다 1.4%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1.1%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대기업대출이 6.1%, 중소기업대출이 2.0% 늘었고, 하나은행도 대기업대출 증가율이 4.9%로 중소기업의 1.3%를 앞섰다. 우리은행은 대기업대출이 7.5% 증가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0.4% 감소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0.32%, 0.15%, 0.02%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보다 낮았다. 다만 KB국민은행의 대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은 거액 차주 2건이 연체로 편입된 영향으로, 해당 차주를 제외하면 연체율은 약 0.03% 수준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수익성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대출을 유지하면서도 건전성과 자본효율성이 높은 우량 대기업 여신을 상대적으로 확대하기 용이한 구조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의 설비투자와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도 대기업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은 가계·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기업과 첨단산업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실적과 현금흐름이 좋은 대기업은 이미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양호하다. 반면 실제 운전자금이 절실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연체율과 신용위험이 높아 은행이 담보나 보증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기업대출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고르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대출 총량 확대뿐 아니라 신용보증과 정책금융, 은행과 정책기관 간 위험분담 장치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은행들이 중소기업 금융을 축소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증가분에서는 건전성과 자본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생산적 금융이 우량 대기업 중심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책보증과 위험분담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