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대상국 제외로 2028년 편입 시나리오도 지연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재등재에 또다시 실패했다.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이 이어졌지만 원화 역외거래와 공매도 제도 등이 여전히 과제로 지목된 영향이다.
◆ 관찰대상국 재진입 또 무산…MSCI가 지적한 과제는
MSCI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 증시를 기존과 같은 신흥시장으로 유지했다.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도 한국을 포함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2008년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2014년 제외된 이후 12년째 재등재에 실패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된 것을 넘어 관찰대상국 재진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일반적으로 관찰대상국 등재와 실제 편입 결정, 지수 반영 절차를 거친다. 올해도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기대했던 2027년 편입 결정, 2028년 실제 반영 시나리오 역시 사실상 뒤로 밀리게 됐다.
MSCI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제도 개선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영문공시 확대, 공매도 전면 재개,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MSCI는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인용해 "일부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실제 투자 과정에서 불편 없이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원화 역외거래·공매도 여전히 숙제
가장 큰 걸림돌은 원화 거래 문제다. MSCI는 원화가 역외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못하는 점을 오랜 기간 지적해 왔다. 한국은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했지만, MSCI는 연장 시간대의 역내 유동성이 선진국 통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촘촘한 호가와 충분한 거래 체결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MSCI가 원화 거래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지수 추종 자금 운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은 지수 변경 시 대규모 매매와 환전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이 부족하면 거래 비용과 추적오차가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외환 인프라가 여전히 선진국 지수 편입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는 모양새다.
공매도 제도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 지난해 3월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면서 불법 공매도 감시 체계를 강화했지만 MSCI는 새 제도 아래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상당한 운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법 공매도 차단이라는 정책 목표와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할 경우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 역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단기 충격 제한적…결국 '제도 신뢰'가 관건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기 수급 충격보다는 국내 증시의 중장기 재평가 기대를 늦추는 변수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이미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돼 있어 이번 결정만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구조는 아니다.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를 반영해 선제적으로 유입됐던 일부 자금의 차익실현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도다.
이번 불발의 의미는 자금 유출입보다 한국 증시의 제도 신뢰 문제가 재확인됐다는 데 있다. 선진국 지수 편입은 외국인 투자 기반을 넓히고 국내 증시의 시장 위상을 높이는 상징성이 크다. 신흥국 중심의 자금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이 때문이다.
물론 편입 효과를 과도하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선진국 지수 내 한국 비중과 기존 신흥시장 지수 이탈에 따른 자금 이동, 편입 종목 구성 등에 따라 실제 수급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편입 여부 자체보다 외환시장과 거래제도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불편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착됐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선진국 지수 편입의 관건이 추가 제도 도입보다 기존 개선책의 안착과 실효성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외환시장 접근성과 영문 정보 제공, 결제·계좌 시스템, 공매도 운영 체계 등이 국제 기준에 맞게 작동해야 외국인 투자자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MSCI는 한국 당국 및 시장 참가자들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정부가 24시간 외환거래와 역외 원화 결제 기반 확대 등 추가 개선책을 추진하더라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제도 변화를 충분히 검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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