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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260조 히트펌프 새 먹거리로 낙점…글로벌 속도전
유럽 탈탄소·인도 도시화 등 수요 급증
차세대 에너지 사업 부상, 종합 솔루션 경쟁


LG전자가 지난 3월 2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공조 전시회 'MCE 2026' 참가해 유럽 가정에 최적화된 히트펌프 토탈 솔루션과 상업·상업용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전시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가 지난 3월 2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공조 전시회 'MCE 2026' 참가해 유럽 가정에 최적화된 히트펌프 토탈 솔루션과 상업·상업용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전시하고 있다. /LG전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6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양사는 히트펌프를 냉난방공조 사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전방위 경쟁에 나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유럽의 탈탄소 규제와 인도의 도시화, 국내 보급 정책이 맞물리며 커지는 히트펌프 수요를 잡기 위해 수주와 인프라 확보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단순 냉난방기기 판매에서 설치와 운영, 에너지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경쟁으로 전장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히트펌프는 공기열과 지열, 수열 등 주변 열원을 흡수해 냉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설비다. 가스나 석유를 직접 태우지 않아 전력 대비 4~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만들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약 40~60%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히트펌프 시장의 성장 전망은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MMR 스태티스틱스에 따르면 냉난방공조용 히트펌프 시장은 지난해 963억6000만달러(143조원)에서 2032년 1745억6000만달러(260조원)로 연평균 약 9% 성장할 전망이다.

핵심 무대는 유럽이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히트펌프 3000만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고, 2030년부터 모든 신규 건물은 '제로에너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히트펌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주요 16개국 판매량은 263만대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수주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란드 '에코파크'가 추진하는 비아위스토크 등 4개 도시 370동 규모 주택단지에 히트펌프와 통합 제어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를 공급한다. 앞서 영국 콘월 재개발 프로젝트에도 공급했다. LG전자는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1000여 세대 단지에 'LG 멀티브이 아이'를 설치하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500여 세대에도 맞춤형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콘월(Cornwall)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주거단지 재개발 프로젝트 '웨스트 카클레이즈 가든 빌리지'에 고효율 히트펌프 공조 솔루션을 대량 공급하는 등 글로벌 냉난방 시장 접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영국 콘월(Cornwall)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주거단지 재개발 프로젝트 '웨스트 카클레이즈 가든 빌리지'에 고효율 히트펌프 공조 솔루션을 대량 공급하는 등 글로벌 냉난방 시장 접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도 새 격전지다. LG전자는 인도를 미국, 브라질과 함께 글로벌 3대 냉난방공조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구루그람 주거단지 '디 오차드' 300세대에 시스템에어컨 3000여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여름철 기온이 45도를 웃도는 데다 도시화와 소득 향상으로 프리미엄 공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도 정책 드라이브가 걸렸다.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144억5000만원을 들여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설치비의 70%를 지원한다. 제주 시범사업에는 지난달 2507가구가 신청해 상반기 물량 1042가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양사는 같은 시장을 다른 방식으로 파고든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 플랫폼 선점에 무게를 둔다. 임성택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폴란드 수주를 알린 지난달 26일 "차별화된 히트펌프 기술과 통합 관리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기업간거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설치·유지보수 인프라를 앞세운다. 설치 전문 엔지니어 4000여명과 서비스 인력 1000여명을 확보했고, 노르웨이 온수 기업 OSO를 인수해 물탱크 라인업까지 갖췄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7일 "현지 맞춤형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유럽 공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시장은 변수가 남아 있다. 가스보일러 중심의 난방 문화와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 초기 비용 부담 탓에 시장 확대가 더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좋은 제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설치 역량과 사후 관리, 운영 데이터 기반 에너지 효율화까지 묶어 제공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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