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넘어 통합지원으로 전환해야"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거주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청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집값과 주거비 부담에 청년들이 반지하·고시원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책은 임대주택 공급·대출 지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주거·일자리·복지를 연계한 통합형 지원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일 LH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주거정책의 해외사례 비교분석을 통한 주거정책 개발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년 주거정책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월세·전세자금 대출 지원 등에 집중돼 있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겪는 주거 불안이 단순한 주택 부족 문제가 아니라 고용·소득·복지와 맞물린 구조적 문제인데도 정책은 여전히 두 축으로만 치우쳐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층의 주거 현실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옥고 거주 가구의 45.1%는 30대 이하 청년층이었다. 높은 주거비 부담과 초기 자금 부족으로 전세나 자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이 비주택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주거지원 정책 수요는 높지만 금융지원 제도의 한계와 높은 주택 가격으로 정책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1인 가구 청년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PIR·RIR)은 다른 계층보다 높고 주거비를 지출한 뒤 남는 가처분소득은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 가까운 수준이다.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교육·자기계발·저축에 투입할 여력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의미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반지하 주택 등이 침수·환기·난방 문제에 취약해 건강 악화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거 불안정은 결혼과 출산 연기·장기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로 이어져 국가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공공임대주택은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공급 유형도 소형·단기임대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월세·전세자금 대출 역시 복잡한 신청 절차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원 한도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 공급·대출만으론 한계…해외는 자립 지원에 초점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청년 주거 문제를 단순한 주택 문제가 아닌 자립 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0개국을 분석한 결과 스웨덴과 핀란드는 소득이 낮은 청년에게 주거비를 직접 지원해 조기 독립을 돕고 있다. 덴마크는 공공·비영리 임대주택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임대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주거수당과 공공임대를 결합한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형 청년주거정책의 방향으로 'Housing Plus' 개념을 제시했다. 집을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거비 지원과 금융교육·생활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호종료 청년과 은둔형 청년 등 취약계층에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입주 전후 과정을 밀착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들이 정책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행정 데이터를 연계해 한 번의 정보 입력만으로 지원 자격을 확인하고 신청까지 가능한 AI 기반 원스톱 플랫폼 구축을 제시했다. 나아가 지원 대상자를 정부가 먼저 찾아 혜택을 안내하는 '발굴주의' 방식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인 물량 공급 확대에 머무르지 말고 안정적인 사회주택 재고 관리와 권리 기반 주거비 지원 체계로 정책 철학을 전환해야 한다"며 "청년이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주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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