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속도·빅스텝 질문에는 "7월 금통위서 충분히 설명"

[더팩트ㅣ중구=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물가에 대한 기존 판단을 바꿀 정도의 변화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누적된 비용 부담이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가운데, 반도체 호황과 정보기술(IT) 업종의 임금 상승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지난달 전망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5월 전망 이후 저희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는 변화는 없다"며 "단기간에 유가가 많이 내렸고, 이것이 지속된다면 좋은 소식이지만 좀 더 살펴봐야 할 변수"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높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로 확대됐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고, 항공료와 단체여행비 등 유가와 연계성이 높은 서비스 가격도 상승했다.
한은은 아직 유가 충격이 석유류 이외의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했더라도 이전에 발생한 비용 충격이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수 있어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 총재는 원유 생산과 운송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산이 중단된 유전과 송유관을 다시 가동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데다 보험 재개와 해운업체의 위험 관리 등 비용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원유는 수돗물을 열고 닫듯 단시간에 생산을 중단하고 재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기술적으로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해운업체들이 현장에 가서 원유를 싣고 나오기 위해서는 보험과 안전 보장 등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직후 석유류 가격이 먼저 올랐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약 14∼18개월의 시차를 두고 크게 반응했다.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된 뒤에도 간접 효과가 확대됐으며, 해당 기간 간접 효과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약 20%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번에도 유가 상승의 직접 효과에 이어 생산·유통비용 증가에 따른 간접 효과와 기대인플레이션 및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원화 약세는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의 국내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려 유가 충격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신 총재는 "직접 효과보다 간접 효과와 2차 파급 효과가 더 중요하다"며 "기업의 가격 결정과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줘 악순환이 생기면 통화정책이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IT 업종의 대규모 성과급도 물가의 새로운 상방 요인으로 제시됐다. 올해 1분기 IT 부문의 특별급여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전체 명목임금 상승률에 대한 IT 특별급여의 기여도는 1.3%포인트로, 2012∼2025년 분포의 상위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IT 대기업의 특별급여 확대가 인력 이동과 다른 업종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 서비스 소비 증가 등을 통해 전 산업의 정액급여와 물가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급여가 평균적인 수준으로 고르게 늘어나는 경우 소비자물가의 반응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특별급여가 일부 업종에 집중될 경우에는 소비자물가가 유의하게 상승했다.
과거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특별급여 집중에 따른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효과가 약 0.05%포인트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0.05%포인트는 과거 자료로 추정한 결과"라며 "이번에는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제시한 숫자보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소비가 물가를 크게 밀어 올릴 정도로 급격하게 확대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4월까지의 자료와 5월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소비가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아주 크게 수요 압력으로 작용할 만큼 뛰어오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보다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더 주의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성장 확대와 임금 상승이 맞물릴 경우 비용과 수요 양쪽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비용 쪽을 계속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수요 쪽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보다 조금 더 강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의 구체적인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앙은행은 하루하루 시장 흐름에 끌려가지 않도록 항상 각별히 주의한다"며 "시장 상황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밑에 깔린 중요한 흐름을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기자간담회에서 배경부터 제 입장을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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