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경제
포용금융 평가 앞둔 은행권…지원 경쟁 속 '건전성 부담' 우려
5대 금융지주 5년간 70.4조원 투입…1분기 이미 연간 목표 42.9% 집행
올해분 전액 위험자산 반영시 CET1 0.09~0.12%p 하락 압력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수준을 평가하는 종합평가체계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의 포용금융 확대 경쟁이 불붙고 있다. /더팩트DB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수준을 평가하는 종합평가체계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의 포용금융 확대 경쟁이 불붙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수준을 평가하는 종합평가체계 도입을 예고하면서 은행권의 포용금융 확대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5대 금융지주가 오는 2030년까지 70조원 이상의 포용금융 공급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중금리대출과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이 늘어날수록 위험가중자산(RWA)과 연체율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은행권의 포용금융 이행 수준을 평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매년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체계와 현황을 평가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 경영진·이사회와 소통해 포용금융을 경영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평가 부문은 조직·전략, 서민금융 지원, 중소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포용금융이 단순 사회공헌을 넘어 은행권 경영평가와 평판 관리 항목으로 부상하는 셈이다. 그동안 은행권의 취약차주 지원은 상생금융이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다뤄졌지만, 별도 평가체계가 도입되면 은행별 지원 규모와 이행 체계, 경영진·이사회 관여 수준까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은행권의 포용금융 공급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오는 2030년까지 포용금융에 총 70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에만 5조6700억원을 공급해 연간 목표액 13조2200억원의 42.9%를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무보증 신용대출인 새희망홀씨 공급액은 1분기 987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고,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인 사잇돌대출도 전년보다 11배 이상 늘어난 171억7000만원으로 파악된다.

지주별 계획도 큰 폭으로 제시돼 있다. KB금융은 17조원, 신한금융은 15조원, 하나금융은 16조원, 우리금융은 7조원대, NH농협금융은 15조원대 규모의 포용금융 공급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지원 방식도 2금융권·대부업권 대출의 은행권 대환, 저신용자 금리 인하, 청년 새희망홀씨 우대금리, 금융소외계층 긴급생활비 대출, 농업인 금리우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포용금융 확대가 은행권 건전성 부담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용금융에는 이자 지원, 채무조정, 장기 연체채권 소각처럼 신규 위험자산으로 잡히지 않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중금리대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2금융권 대환대출 등은 실제 대출자산 증가와 RWA 확대를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대상 대출은 우량 주담대보다 연체율 변동에 민감하다. 경기 둔화나 고금리 부담이 이어질 경우 차주의 상환 여력이 약화되고, 이는 은행권 대손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비율 측면에서도 부담은 숫자로 확인된다. 올해 1분기 말 5대 금융지주의 RWA는 KB금융 366조원, 신한금융 365조원, 하나금융 301조1000억원, 우리금융 241조원, NH농협금융 224조원 등 합산 약 1497조100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CET1 비율은 KB금융 13.63%, 우리금융 13.60%, 신한금융 13.19%, 하나금융 13.09%, NH농협금융 12.03%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올해 포용금융 공급 목표 13조2200억원이 전액 신규 대출성 자산으로 잡히고 위험가중치 75~100%가 적용될 경우 5대 금융지주 합산 RWA는 약 9조9000억~13조2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 1분기 말 CET1 비율과 RWA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대 금융지주 합산 CET1 비율은 약 13.17%에서 13.05~13.08%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올해 공급분만 놓고도 단순 계산상 약 0.09~0.12%포인트의 CET1 하락 압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5년 누적 계획을 기준으로 보면 압박은 더 커진다. 70조4000억원 계획 중 전액을 대출성 자산으로 잡고 위험가중치 75~100%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RWA 증가분은 약 52조8000억~70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경우 5대 금융지주 합산 CET1 비율은 단순 계산상 약 12.58~12.72%까지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수준 대비 0.45~0.59%포인트의 하락 압력으로, 주주환원과 밸류업 정책의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CET1 13%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이 같은 계산은 포용금융 공급액이 모두 신규 대출성 위험자산으로 반영된다는 보수적 가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는 보증부 대출, 기존 대출 대환, 이자 지원, 채무조정, 채권소각 등 비대출성 지원이 섞여 있어 실제 RWA 증가분은 공급액보다 작을 수 있다.

연체율 측면의 부담도 동반된다. 올해 3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였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 주담대 연체율은 0.29% 수준이다. 반면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 연체율은 0.76%,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1%,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1%로 집계된다.

포용금융의 상당 부분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체율 기준선은 주담대보다 기타 가계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에 가깝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포용금융 확대가 자본 배분의 난도를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정책에 맞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고, 정부 기조에 따라 생산적 금융 공급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포용금융까지 확대되면 RWA 관리와 CET1 방어, 대손비용 관리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단순 공급액보다 실제 자활 효과, 재연체 방지, 연체율 관리, 손실흡수 능력이 함께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용금융 평가가 정착될수록 은행들은 지원 규모뿐 아니라 대출 구조, 보증 비중, 사후관리 체계, 채무조정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용금융은 은행권이 피하기 어려운 정책 과제지만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지원이 늘어나면 RWA와 연체율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지원 규모 경쟁보다 자본비율과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운용하느냐가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