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유출 땐 '전체 매출 10%' 조 단위 과징금 우려
이커머스·오프라인 보안 체계 재점검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에 62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이커머스 및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결코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9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과징금 부과 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만큼, 주요 유통기업들도 자사 보안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보위는 전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쿠팡에 과징금 6246억8100만원과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도 별도로 2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과징금은 4235억7500만원이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 중 역대 최고 액수다. 조사 결과 쿠팡은 퇴사한 직원의 인증 서명키 관리 접근 통제를 소홀히 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미비하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계가 이번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리스크가 향후 기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관련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이커머스 서비스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산정됐으며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독립적인 매출액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개보위는 쿠팡의 연간 산정 매출액이 약 30조원을 상회한다고 판단했고, 이번 과징금은 해당 매출액 기준 약 1.56% 수준에서 부과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사태가 개정법 발효 이후 발생했다면 과징금 규모는 차원이 달라진다.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상습적이거나 중대한 유출 사고 발생 시 과징금 상한선을 기존 관련 매출액 기준이 아닌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강도를 높였다. 적용 대상에는 최근 3년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위반행위를 반복하거나 1000만명 이상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실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회원 3322만명과 비회원 최소 433만명 등 총 3756만명에 달해 개정법상 징벌적 과징금 요건인 '1000만명 이상 대규모 피해'에 직결된다. 만약 이번 사태가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개정법 체계 하에서 발생해 최고 수위의 제재를 받았다면, 과징금 규모는 산술적으로 최대 3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하거나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개정법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기업이 유사한 사고를 겪을 경우 이처럼 기업의 생존을 흔드는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은 당장 대외적인 대책 발표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보안 체계와 인프라를 전면 재점검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견 플랫폼이나 흑자 전환이 시급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고심이 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이 발생하며 고객 피해와 이탈, 과징금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있는 것만큼 전반적으로 보안 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며 "기업마다 다를 것 같지만 흑자를 내지 못하는 회사들의 경우 과징금 수위가 강해진다면 재무적인 부담이 많이 커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개인정보 보호는 이커머스 사업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책무다. 평시에도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 체계를 상시 점검·관리하고 있다"면서 "관련 법령 개정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강화되는 기준에 맞춰 내부 체계를 보완해 나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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