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앞으로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에 대해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소멸시효를 완성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세제혜택과 채권추심으로 동시에 이득을 챙겨왔던 금융권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하고,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시효를 연장해 추심을 이어가던 기존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감원의 대손인정 승인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아도 법인세 납부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세제혜택을 받은 뒤에도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며 채무자에게 빚 독촉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세금도 아끼고 빚 회수도 포기하지 않는 '이중 수혜' 구조가 수십 년간 묵인된 셈이다.
앞으로는 최초 소멸시효(연체 5년 후) 도래 시 시효를 완성하는 것을 조건으로만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시효를 완성하면 채권은 법적으로 소멸하고, 이후 추심도 불가능해진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세제혜택을 원하면 추심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예외도 있다.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절차 등으로 불가피하게 시효가 중단되는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이행 중인 경우 등은 시효 연장을 허용한다.
적용 대상은 은행·보험의 경우 5천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는 3천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이다. 계좌 수 기준 전체 채권의 90%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공시도 강화한다.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매각 주요 내용 △시효완성 실적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공시시스템을 마련하면서다. 현재 업계와 협의를 거쳐 보고 양식과 공시 표준안을 마련 중이며, 2026년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시효완성을 조건으로 세제혜택을 받은 채권을 매각할 경우 채권 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 및 시효완성 의무를 명시하고, 양수인의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해서 점검·보고토록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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