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최종 제재 남아…WM 신뢰 회복은 숙제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SC제일은행이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자산관리(WM) 전략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 부담은 감경되는 분위기지만, 최종 과징금과 제재 수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액자산가와 자녀 세대까지 묶는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ELS 사태 이후 흔들린 자산관리 신뢰를 회복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근 초고액자산가 고객과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PB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등을 대상으로 박세리 감독과 함께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단순 투자 세미나가 아니라 골프 레슨, 네트워킹, 디너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고객 맞춤형 행사다.
자녀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SC제일은행은 오는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고액자산가 고객 자녀를 대상으로 '2026 글로벌 퓨처 리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예치자산 5억원 이상 고객의 중·고등학생 자녀다. 총 40명을 선발해 영국 옥스퍼드·캠브리지대 재학생 멘토링과 분야별 교육 과정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SC제일은행이 국내 소매금융 전반에서 몸집을 키우기보다 고액자산가, 외환, 글로벌 자산관리 등 특화 영역에 집중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예치자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뱅킹 센터를 열었다. 해당 센터는 SC그룹의 글로벌 PB 모델을 국내에 도입한 것으로, 투자·외환·보험 등 분야별 전문가를 통해 상속·증여, 가업승계, 글로벌 투자 등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C제일은행이 고액자산가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수익 구조 변화도 있다. 금리 환경과 대출 규제에 따라 이자이익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은행권은 자산관리, 외환, 투자상품 판매 등 비이자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외화 상품, 해외 투자 솔루션을 국내 PB 영업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자산관리 영업의 신뢰 회복은 여전히 숙제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홍콩H지수 ELS 제재 관련 충당금 1510억원을 반영했다. 특별퇴직 비용까지 겹치며 2025년 연결 기준 순이익은 1415억원으로 전년보다 57.3% 감소했다. 일회성 비용 영향이 컸지만, ELS 사태가 은행권 WM 영업 전반에 남긴 부담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도 금융감독원 단계에서 과징금 감경안이 다시 마련됐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조치안과 관련해 일부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 보완을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합산 과징금 규모를 6000억원 수준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금융위에 넘겼던 1조4000억원 수준의 제재안보다 크게 낮아진 규모다.
SC제일은행 입장에서는 WM 강화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은 이미 고액자산가 시장에서 세무, 법률, 부동산, 상속·증여, 가업승계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 자산관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생활금융과 플랫폼 편의성을 앞세워 고객 접점을 넓히는 사이, SC제일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외환·투자 역량을 앞세운 고액자산가 특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고액자산가 대상 영업일수록 상품 판매 실적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ELS 사태 이후 은행권에는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과정의 설명 의무와 적합성 원칙, 내부통제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 PB 고객은 단순 예금 고객보다 투자상품과 외화자산,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판매 체계와 사후관리의 정교함이 더 요구된다.
결국 SC제일은행의 WM 승부수는 양면적이다. ELS 관련 과징금 부담은 감경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자산관리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고액자산가 시장을 다시 두드리는 SC제일은행이 PB 확대를 단순 고객 행사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자산관리 역량과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올해 WM 전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외환·투자상품 역량을 앞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액자산가 영업에 강점이 있다"며 "다만 ELS 사태 이후 은행권 WM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PB 확대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상품 판매보다 적합성 관리와 사후관리 체계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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