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시민 수백 명 운집에 안전 관리는 허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6월 첫 주는 유독 숨 가쁘게 흘러갔습니다. 전국에서는 6·3 지방선거가 치러지며 민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경제·산업계는 새 정책과 경제 방향성을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한국을 찾아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홍대 고깃집 회동부터 프로야구 시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빠듯한 일정으로 마치 글로벌 스타 못지않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한동안 태풍급 이슈로 불렸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예상보다 잔잔하게 마무리되는 분위기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징금을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면서 은행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 젠슨 황, 입국 첫날 총수들과 '삼소 회동'
-이번 주 재계 최대 화제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깐부 회동' 이후 7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죠. 첫날 동선부터 정리해 볼까요?
-네, 황 CEO는 5일 오후 1시30분께 전세기로 김포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첫 일정으로 홍대 PC방을 찾아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를 만난 뒤 저녁 회동에 무게중심을 실었는데요. 오후 7시10분께 홍대입구 삼겹살집 '형님저요'에 도착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깐부 회동'과는 면면이 달랐죠?
-맞습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한 '치맥 회동'이 시즌1이었다면 이번엔 최태원·구광모 회장과 이해진 의장이 새로 합류한 시즌2 격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이후 7개월간 알려진 만남만 여섯 차례에 이를 만큼 황 CEO와 가까워졌는데요. 이날도 대만에서 만난 데 이어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참석자 가운데 최연장자도 최 회장이었습니다.
-회동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나요?
-가벼운 자리였지만 의제는 묵직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식사 자리에서 일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편안한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황 CEO는 취재진들과 만나 향후 더 많은 HBM과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에 '선물'을 가져왔다며 엔비디아의 신제품 4종을 예고하기도 했죠.
◆ 공항부터 홍대까지…거리 누빈 '친화력'
-가는 곳마다 시민들과의 스킨십이 화제였죠.
-네, 황 CEO는 입국 직후 공항에 모인 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특유의 친화력을 뽐냈습니다. 티셔츠와 수첩은 물론 그래픽카드를 들이밀며 사인을 청하는 팬들이 줄을 이었지만 거절 없이 요청에 대부분 응했습니다. 이후 식사 자리까지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몰려 그의 사인을 성공과 부의 상징으로 여기며 받으려는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회동장 앞에서 간식도 직접 돌렸다고요?
-그렇습니다. 식사 도중 황 CEO가 흰색 상자를 들고 식당 밖으로 나와 시민과 취재진에게 간식을 나눠줬는데요. 최태원·구광모 회장도 함께 나와 배포에 동참했습니다. 나눠준 건 찹쌀도너츠와 HBM 모양 과자 'HBM칩스'였습니다. 최 회장이 과자를 건네며 산타클로스가 된 것 같다고 하자 황 CEO는 "Everyone loves HBM(모두가 HBM을 사랑한다)"이라고 외쳤습니다. 과자를 직접 던져 나눠주기도 하고 셀카 요청에도 응했습니다.
-총수들과의 식사 분위기는 어땠나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회동을 이어갔습니다. 황 CEO는 가죽 재킷으로 갈아입고 입장하면서 손님 한 명이 들고 온 스케치북에 사인을 해준 뒤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테이블에는 맥주와 소주가 올랐고 네 사람은 이를 섞은 소맥으로 첫 잔을 원샷했는데요. 황 CEO는 이해진 의장이 알려준 방식으로 삼겹살 쌈을 싸 먹었습니다.
최연소인 구광모 회장은 천장 휴지통에서 휴지를 뽑아 놓고 물잔을 채우는가 하면 직접 고기를 굽고 소맥을 제조하며 '막내' 역할을 맡았고, '맏형' 최태원 회장은 다른 잔에 맥주를 따라주고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습니다. 회식비와 다른 손님들 식사비까지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페이로 결제하자 황 CEO는 가장 부자가 계산하는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이후 네 사람은 황 CEO 측 요청으로 인근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를 이어갔고, 황 CEO와 최 회장이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남은 숙제…인파 속 안전 관리
-그만큼 인파가 몰렸을 텐데 안전은 괜찮았나요?
-사실 회동 장소가 바뀐 배경부터 안전 문제였습니다. 당초 성수동이 거론됐지만 안전 관리와 현장 여건을 고려해 홍대입구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마포경찰서 경비 인력을 투입해 이중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기동대까지 출동시켰습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 인력도 인근에 대기시켰습니다.
-선제 조치에도 현장은 혼잡했군요.
-맞습니다. 정오 무렵 수십 명이던 취재진은 오후 3시께 시민과 관광객까지 더해져 수백 명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좁은 골목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통제에 어려움이 컸는데요. 최적의 촬영 위치를 잡으려는 기자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시민들은 보행로가 좁아져 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황 CEO가 거리로 나와 간식을 나눠주거나 2차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엔 인파가 한층 쏠리기도 했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황 CEO의 거리낌 없는 스킨십이 한국 대중의 호감을 키운 건 분명합니다. 다만 좁은 도심 번화가에 수백 명이 자발적으로 운집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만큼 인파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남은 일정에서는 한층 촘촘한 안전 대책이 뒷받침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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