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경제
롯데택배 '신급지체계' 갈등…노란봉투법 시대 첫 '원청 교섭' 시험대
사측 "배송환경 현실화" vs 노조 "임금 삭감"
대리점 중재안 속 본사 앞 농성 장기화 기류
업계 전반 교섭 관행 가를 분수령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6 신급지체계'를 도입한 가운데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노조) 측은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노조가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농성 투쟁하는 모습. /이윤경 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6 신급지체계'를 도입한 가운데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노조) 측은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노조가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농성 투쟁하는 모습. /이윤경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026 신급지체계'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체제의 첫 번째 시험대로 부상했다.

사측은 배송환경 현실화를 위한 불가피한 개편이라는 입장이지만,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노조) 측은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라며 본사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리점협의회의 중재안 제시에도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해,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의 원청 교섭 관행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존 12급지에서 15급지로 세분화한 신급지체계를 토대로 대리점과 합의를 진행 중이다.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대리점부터 시작해 지난 4월부터 계약을 체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수수료 변경폭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급지는 지역별 특성과 배송 난이도에 따라 구분한다. 통상 12급지로 나눠 수수료가 차등 지급되어 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번 개편을 통해 급지체계를 현실화하겠다는 방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배송수수료 삭감이 아닌 행정구역 개편, 인구밀도 증감 등 배송환경 변화에 따른 공정한 급지체계 구축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배송이 수월한 지역의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난이도가 높은 지역은 올리겠다는 취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2급지에서 15급지로 세분화한 '2026 신급지체계'를 토대로 대리점과 합의하고 있다. 다만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노조) 측은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더팩트 DB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2급지에서 15급지로 세분화한 '2026 신급지체계'를 토대로 대리점과 합의하고 있다. 다만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노조) 측은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더팩트 DB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최저수수료를 820원에서 800원으로 낮추고, 1원부터 1499원까지 최저단가 구간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했다. 전 급지 구간의 배송수수료를 5~55원 인하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신급지체계가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신급지체계로 하청 대리점과 새 계약을 체결하면 그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며 "기사 1인당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배송수수료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점협의회는 택배 노동자 이탈을 우려해 삭감 폭을 10~15원 선으로 줄여달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수수료 삭감분의 일부를 대리점이 안고 노동자 전가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일부 대리점은 해당 중재안으로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현장 전가를 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대리점은 극히 일부"라며 "유류비, 차량 유지비, 식비 등 고정비 상승으로 생계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수수료 삭감은 생존권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신급지체계의 도입 시점도 문제 삼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시기에 맞춘 일방적 강행이라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급지 수수료는 노동자 수입을 결정하는 핵심 의제이므로 원청 교섭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단독 처리하는 것은 노조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수수료 삭감 저지를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농성 투쟁을 하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3월 '롯데 택배 급지수수료 삭감 중단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수수료 삭감 저지를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농성 투쟁을 하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3월 '롯데 택배 급지수수료 삭감 중단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 /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지난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택배업계에서 벌어지는 첫 대형 수수료 분쟁이라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에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한다. 노조가 대리점 계약과 별개로 원청의 직접 교섭 테이블 참여를 요구하며 본사 앞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다.

물류업계 역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이번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따른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원청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가르는 첫 시험대인 만큼, 롯데의 교섭 대응 방식에 따라 향후 업계 전반의 노사 교섭 관행이 재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택배 단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은 과점 시장임에도 업체 간 저단가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물량은 빠져나가고 단가는 계속 낮아지는 만큼 본사로서는 비용 구조를 개편하며 수익성을 방어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배송수수료 삭감 저지를 위해 지난 4월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500여명이 참여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18일에도 본사와 명동 일대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노조는 지도부 삭발식에 이어 지난달 11일부터 본사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bsom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