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 높였지만 변동성 키웠다는 우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의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출 규제와 주택 공급 정책을 둘러싼 메시지가 시장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지는 '李정부 부동산 1년' 시리즈를 통해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가 시장에 어떤 신호로 작용했는지 분석하고 취임 이후 서울·수도권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발언이 사실상의 정책 신호로 읽히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주요 정책 방향이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윤곽을 드러내면서 시장은 국토교통부보다 대통령 발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책 추진력은 높아졌지만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李 대통령이 직접 쏜 정책 신호

1일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이 발간한 '취임 이후 9개월, 대통령 부동산 메시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취임 이후 올해 3월 초까지 총 45건의 부동산 관련 공식 발언을 했다. 발언 원문 분량만 약 2만 자에 달한다. 이후에도 관련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메시지 전달 방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66.7%로 가장 높았다. 국무회의 등 공식 석상 발언이 13.3%·기자회견이 6.7%로 뒤를 이었다. 이는 민감한 부동산 정책 메시지를 국민에게 직접·즉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선택으로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에 명확한 방향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동산 메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는 부동산·투기·집값·비정상의 정상화·생산적 금융·수도권 집중·공급 확대·지역균형발전·다주택자·토지거래허가제 등 37개가 꼽혔다. 가장 두드러진 메시지는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자 수단이 아니다'였다. 보고서는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 목적 다주택자에게는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로 책임을 부여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며 "주거를 국민 기본권이자 공공재로 재정립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부동산 자본을 생산적 분야로 전환하겠다'·'일본식 장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선제 대응하겠다' 등 강도 높은 메시지가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단순히 집값을 안정시키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자산·지역의 불균형과 흐름을 바꿔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체질을 개선하는 종합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대통령 발언 내용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대출 연장 중단·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검토·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등 주요 정책 윤곽은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먼저 드러났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SNS에서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고 급매물까지 쏟아졌다.
보유세 관련 간접적 언급도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왔다. 지난 3월 SNS에 해외 주요 도시의 보유세를 소개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저도 궁금했다"고 적었다. 짧은 게시물이었지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강남권과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고 세 부담 확대 우려가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직접 소통이 정책 추진력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정부 의지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정책 방향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책 검토 단계의 메시지까지 시장이 정책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과도한 해석과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다시 들썩이는 서울 집값…李 "대책 세우고 있나"

부동산 시장은 기대 심리에 민감하다. 정책이 확정되기 전 단계의 발언만으로도 가격과 거래 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대통령 메시지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의 과민 반응 가능성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무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나"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대통령 발언과 정부 정책 이후 관망세를 보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다시 한번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5% 상승했다.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주 상승폭(0.31%)에 비하면 상승세는 둔화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대단지 등을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거래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 외 지역에서는 매도·매수자 관망세 등으로 거래가 다소 주춤했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반면 공급에 대한 불안은 큰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공급 신호가 중요하다"며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은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요를 누르는 동안 공급과 제도 측면에서 시장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억눌린 수요가 이후 다시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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