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은 증권 인력 열위…KB·신한·NH는 자본시장 기반 '뚜렷'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증시 호황과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면서 금융지주 인력 구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은 비대면 거래 확산과 점포 효율화, 희망퇴직 영향으로 인력이 줄어드는 반면 증권사는 자본시장 업무 확대와 자산관리(WM)·투자은행(IB) 경쟁에 힘입어 임직원 수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은행 인력이 여전히 금융지주 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증권·WM·IB·디지털 부문 인력 수요가 커지면서 인력 재편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증권회사 총 임직원 수는 3만971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보다 181명, 전년 동기보다 819명 증가한 수치다. 금융감독원 통계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9514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 말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 임직원 수는 11만3230명으로 1년 전보다 652명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2400명 가까이 희망퇴직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은행권 인력 효율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대 은행의 희망퇴직 흐름도 은행권 인력 재편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5대 은행 희망퇴직자는 2364명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이 669명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549명, NH농협은행 443명, 우리은행 420명, 하나은행 283명 순이었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과 비대면 대출·예금 가입이 확산되면서 창구 중심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기업금융·리스크관리·디지털·AI 관련 인력 수요는 커지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별로 보면 아직까지는 은행과 증권 계열사의 인력 격차가 뚜렷하다. KB금융은 은행과 증권 모두 비교적 큰 인력 기반을 갖춘 지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임직원 수는 1만4000명대, KB증권은 2800명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은행 인력 규모가 큰 가운데 증권 인력도 5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상위권에 속해 은행과 자본시장 양쪽의 인력 기반을 함께 갖춘 구조다.
신한금융도 은행과 증권의 균형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신한은행 임직원은 1만2000명대, 신한투자증권은 2500명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은행 인력 규모는 KB국민은행이나 NH농협은행보다 작지만, 증권 계열사 인력은 상대적으로 두터운 편이다. 신한금융이 은행·카드 중심 수익구조에 더해 증권·WM·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하나금융은 은행과 증권 모두 상대적으로 슬림한 구조다. 하나은행 임직원은 1만1000명대, 하나증권은 170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 인력 규모 자체는 KB·신한·NH농협금융보다 작지만, 하나은행은 1분기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기업금융 확대 흐름을 보였고 하나증권도 WM·IB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꼽힌다. 하나금융의 경우 인력 규모보다 1인당 생산성과 자본효율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이 취약해 은행과 증권 간 인력 불균형이 가장 두드러진다. 우리은행 임직원은 1만3000명대인 반면, 우리투자증권 임직원은 2025년 말 기준 580명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 재진출 이후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KB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대형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비교하면 아직 체급 차이가 크다. 이는 우리금융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NH농협금융은 은행과 증권 양쪽 모두 큰 인력 기반을 갖고 있다. NH농협은행 임직원은 1만6000명대로 5대 은행 중 가장 큰 수준이고, NH투자증권도 3000명대 인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다. 은행은 전국 영업망과 지역·농업금융 특성상 인력 규모가 크고, 증권은 IB·WM·자본시장 부문에서 대형사 체급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은행 인력 축소와 증권·비은행 인력 확대가 수익구조 변화와 맞물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계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순이자마진 개선세가 둔화될 경우, 지주들은 은행 이자이익 외에 증권·보험·WM·IB 등 비이자이익 기반을 키울 필요가 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인력 재편을 비용 절감만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 희망퇴직은 단기적으로 인건비 효율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경력 인력이 빠져나가면 기업금융·WM·내부통제 경험이 약화될 수 있다. 증권사 역시 인력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단순 브로커리지 인력 확대를 넘어 IB·WM·리스크관리 역량 강화로 연결돼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점포와 창구 중심 인력을 줄이는 대신 디지털·기업금융·리스크관리 인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증권사는 자본시장 회복과 WM·IB 확대에 맞춰 인력 수요가 늘고 있어 금융지주 내 인력 무게중심도 점차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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