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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제재에서 사전 검열로?…'컨설팅 조사'에 금투업계 '벌벌'
한투·신한·메리츠 등 상품 출시 잦은 대형사 타깃
투자자 피해 예방·계도 목적 강조…시장 위축 등 우려도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더팩트 DB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의 금융상품 제조·설계 단계부터 내부통제를 점검하겠다며 도입한 '컨설팅 조사'가 업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당국은 사후 징계에서 벗어난 우호적 지도를 표방했으나, 현장에서는 사전 검열이자 언제든 칼을 빼 들 수 있는 '함정 수사'라는 볼멘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은 지난 15일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필두로 현장 컨설팅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 후 내달 메리츠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순차적인 후속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번 조사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명백한 위법 행위나 고의적 은폐가 발견될 경우 즉시 일반 제재 검사로 전환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 조건은 현장 실무자들에게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선제적 지도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부 미비점이 드러났을 때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며 "작은 규정 미비가 엄격한 기관 제재로 번질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신규 상품 기획안을 적극적으로 발의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첫 조사 대상이 된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업계 내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등을 비롯한 구조화 상품이나 대고객 신상품 출시가 활발하고 공급 물량이 많은 대표적인 대형사들로 꼽힌다. 자본시장에서 금융상품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공급처들이 첫 타깃이 되면서, 증권업계가 체감하는 압박감과 파급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컨설팅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증권사 내부에서는 신규 상품의 승인 주기가 기존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실의 심사 문턱이 이전보다 한층 까다로워진 분위기가 감지돼서다. 제도적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구조화 상품이나 사모펀드도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검토 단계에서 심사 기간을 연장하거나 추가 보완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의 이번 컨설팅 조사는 검사 중 위법·위규 사항이 적발되면 법규 준수 위반을 따져보는 일반 검사로 전환할 수 있다. /더팩트 DB
금감원의 이번 컨설팅 조사는 검사 중 위법·위규 사항이 적발되면 법규 준수 위반을 따져보는 일반 검사로 전환할 수 있다. /더팩트 DB

반면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가 어디까지나 제도의 안정적 안착을 유도하기 위한 우호적인 지도라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단순 착오나 경미한 위반 사안은 현장 지도로 시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는 취지다. 회사 계도와 제도 개선의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컨설팅 조사는 앞서 지난 3월 금감원이 발표한 '올해 금융투자 부문 금융감독·검사 방향'을 통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공표한 취지의 연장선으로 한 차례 예고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투자상품 부문 컨설팅 검사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명목으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집중심사 체계를 마련하고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상품 취급단계별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그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첫 조사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출시했다가 전액 손실을 기록하면서 배상 절차를 밟고 있는 벨기에펀드 사태의 당사자다. 공동 타깃이 된 신한투자증권 역시 지난 2024년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태로 최근까지 당국의 기관 제재와 법원 판결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시장에서도 고위험 금융상품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반복됐던 만큼 제조 단계부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거르겠다는 당국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감독 체계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선제적 리스크 차단이라는 제도 본연의 목적과 달리, 현장에서는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동시에 나온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점검이 이뤄질 경우 증권사의 상품 다변화와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라는 대전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조사가 계속되면 증권사들은 결국 안전한 상품 위주로만 공급하며 보수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조사가 시장 위축 대신 실효성 있는 제도로 가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적용될 명확한 면책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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