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응은 덤덤…"노란봉투법 이미 적용 중"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원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는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이 사실상 정례화된 만큼, 이번 판결이 산업 현장의 흐름 자체를 되돌리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약 9년,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7년 6개월 만의 결론이다.
이번 사건은 금속노조가 지난 2016년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HD현대중공업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사측은 하청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고, 이후 노조가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1·2심은 모두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가 인력 관리와 업무 지휘, 근태·징계 권한 등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청과의 직접적인 고용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기존 법리를 유지했다. 단체교섭 의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사용자에게만 인정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 범위가 확대됐지만, 이번 사건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고 구 노동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판결 이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향후 진행할 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청노조 측은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개정 노조법 2조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대법원은 시대적 요구와 노동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재 계류 중인 사내하청·간접고용 관련 하급심 사건들 역시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경우 기존 판례에 따라 원청 사용자성이 쉽게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법원에서 같은 쟁점으로 다투고 있는 CJ대한통운, 현대제철, 한화오션 등 주요 기업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이 사건에만 효과를 미치는 게 아니라 이미 법원에 계류 중인 구 노동법에 적용해 다툼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하청업체들이) 이기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주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은 조선·철강·자동차 등 제조업계에는 이번 판결이 현재 계류중인 하청 제기 소송 등에 적용되면 당장의 노사 리스크 확대를 일부 막아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 자체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변화한 산업 현장 분위기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미 일부 제조업 현장에서는 원청 기업과 하청노조 간 교섭이나 협의가 확대되고 있어 원청이 책임지는 구조로 기업의 부담감이 한층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적용 이후 현재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은 이미 인정되고 있고 교섭도 진행 중"이라며 "산업계는 이미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번 판결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원청 사용자성에 관해 수많은 사건이 쏟아지고 있는데, 개별 사건마다 쟁점과 양상이 다 다르다"라며 "해당 건은 오래전 소가 제기된 건이라 구 법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판결은 참고만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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