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결정이 사법부 지표 되나…산업부 "정기적 업무"

[더팩트ㅣ세종=박병립 기자] 국가핵심기술을 두고 업체 간 법적 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산업통상부가 해당 기술에 대한 지정 해제 여부 심의 과정에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술의 산업 확대를 위해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하면 중국의 기술 탈취와 이에 따른 시장잠식이 우려된다. 당장의 산업 확대를 위해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하는 것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산업부는 매년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해제 하고 있어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6일 산업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부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내 생명공학위원회는 보툴리눔 독소제재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다.
보툴리눔은 보툴리눔균(Clostridium botulinum)이 생성하는 신경 독소로 근육과 신경의 신호 전달을 차단해 근육 마비를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
이런 기능으로 의학계에선 독소증과 주사 치료제로 활용되며, 다양한 질환 치료와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보톡스가 그 예다.
산업부는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으며 이후 2016년 균주까지 국가핵심기술 지정 범위를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7년부터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도용문제로 민·형사상 법적 분쟁 중이다.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대웅제약이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2월 1심 법원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영업비밀 불법취득 및 침해금지)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고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대웅제약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2020년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대웅제약의 기술 도용 사실을 인정하며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메디톡스가 합의하며 ITC 분쟁은 일단락됐다.
이렇게 국내에서 법적 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당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해제 여부에 대한 정부 심의가 진행돼 논란이 되고 있다.
거액의 손해배상액이 걸린 민사 항소심과 검찰의 재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산업부의 결정(?)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법적 싸움에 지표가 될 수 있어서다.

산업부는 매년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해제 관련 위원회를 열고 있어 정기적인 업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기업의 가지고 있는 기술를 헤제 검토하는 의미가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79개 국가핵심기술을 검토 중"이라며 "해당 기술(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 및 보툴리눔 균주)도 79개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결정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하며 이에 앞서 각 분야별 위원회가 (분야별 국가핵심기술을) 검토하는데 지금 그단계(생명공학위원회)를 거치고 있다"며 "저희가 종합적으로 다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에선 보툴리눔이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되면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어 우리 국가핵심기술을 탈취하고 탈취 기술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보툴리눔 제제의 수출액은 2021년 약 12억5000만달러에서 2023년 약 35억3000만달러로 3년 만에 약 2.8배 급증하는 등 보툴리눔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산업 확대 등을 이유로 보툴리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하는 것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될 수 있다"며 "국가경쟁력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ib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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