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불명확한 기준 아래 과잉 제재"…법원 판단 주목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AML)를 앞세워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잇따라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명확한 규제 기준 없이 제재부터 앞세운 과도한 행정조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데 이어 빗썸과 코인원까지 잇따라 취소소송과 집행정지에 나서면서, FIU의 제재 권한과 특금법 집행 방식 전반이 도리어 사법적 검증대에 오르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제도 정비보다 선제적 제재에 집중한 당국의 접근이 산업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빗썸이 FIU의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에 불복해 신청한 집행정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두나무는 1심에서 '100만원 미만 거래 관련 구체적 규정 부재'와 '사업자의 자체 차단 노력'이 인정되며 일부 영업정지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고, 코인원 역시 제재 시행 직전 집행정지를 인용받아 효력이 유예됐다. 업계에서는 빗썸 결과에 따라 FIU의 일괄적 제재 기조 전반에 대한 법적 정당성 논란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인원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FIU의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오는 5월 29일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코인원은 현재 정상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
FIU는 지난 13일 코인원에 대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거래금지 의무 및 고객확인의무(KYC) 위반 등을 이유로 과태료 52억원과 신규 고객 대상 가상자산 입출고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이로써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원화 거래소 대부분이 FIU의 AML 규제 강화 기조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별 사업자의 제재 불복을 넘어, 현행 특금법 해석과 감독당국의 재량적 제재 범위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로 보고 있다.
빗썸은 지난 심문 과정에서 "단순히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간주해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법적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향후 법인 투자 시장 확대를 고려할 때 신규 고객 입출금 제한이 단순 일부 영업정지를 넘어 실질적 사업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FIU는 거래소별 내부통제 체계와 실제 차단 조치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한 특금법 위반 사안이라도 각 사업자가 미신고 사업자 거래 차단을 위해 어느 수준의 조치를 취했는지에 따라 제재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FIU가 규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제도적 기준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후적 제재를 반복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FIU 입장에서도 동일 사안에 대해 사업자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업계가 사전에 예측 가능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태에서 제재가 먼저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규정 미비 상태에서 거래소들만 줄줄이 소송전에 나서게 되면서 산업 전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 사례에서 보듯 단순 위반 여부보다 사업자의 자체 대응 노력과 내부통제 수준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며 "향후 빗썸과 코인원 소송에서도 각 사의 사전 차단 노력과 규제 비례성이 핵심 판단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전은 단순히 개별 거래소 제재 여부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규제 기준과 감독 방향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명확한 제도 정비 없이 제재만 반복될 경우 산업 전체가 불확실성에 묶일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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