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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외면 시 총파업, 하루 1조원 손실"…삼성전자 노조 4만명 집결
평택캠퍼스 결의대회…영업익 15% 성과급 요구
노조 측 "파업 18일간 최소 18조원 손실 날 것"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더팩트|평택=우지수 기자]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 재원 확보를 촉구하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고 내달 18일간의 총파업을 결의했다. 사측의 경제적부가가치 기준 등 대안 제시에도 노사 간 평행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는 요구안 관철을 위해 단체행동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사무복합동 앞 내리쬐는 햇볕 아래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조끼를 입은 삼성전자 조합원 4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개최한 '4·23 투쟁 결의대회' 현장이다. 고덕국제대로 8차선 도로가 통제됐고 광역예방순찰대와 기동대 등 경찰인력 약 190명이 배치됐다.

오후 2시 깃발 입장으로 막을 연 본집회에서 조합원들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가 적힌 슬로건을 펼쳤다. 객석에서는 "투쟁" 구호가 세 차례 이어졌다. 경찰 측이 추산한 집회 인원은 오후 2시 기준 3만4000명, 노조 자체 집계로는 약 4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8881명의 30% 수준으로 단일 노조 집회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크레인 위에서 발언하는 최승호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크레인 위에서 발언하는 최승호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크레인을 타고 공중에 오른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성실하게 교섭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상한 폐지·투명화·제도화 요구를 외면한 채 일회성 포상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영업이익 300조원이면 하루가 약 1조원이다. 총파업 18일이면 18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생긴다"며 "경영진이 그토록 믿는 숫자가 우리 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전자·화재·디스플레이·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4곳에서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고 그룹 전체 9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대한민국 최대 규모 노동조합"이라며 "우리의 외침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 온 땀과 시간을 가치 그대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재용 회장 주식은 수십조원 폭등했고 경영진은 수십억 보너스와 자사주 잔치를 벌이는데 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사측의 기만적 제시안뿐"이라며 "직원에게는 성과가 없으면 보상도 없다면서 경영진에게는 왜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연단이 마무리되자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투쟁 지침 2호'를 선포하고 이날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체크오프(조합비 급여 자동 공제) 전환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총파업 참여 설문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시행된다.

본집회 직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최 위원장은 "우리도 주주다. 삼성전자가 잘 되길 원한다"며 "그러려면 인재 유출이 없어야 한다. 최근 4개월 동안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직원만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상한 폐지는 경쟁사와 TSMC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시행 중이다. 과한 요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쟁점은 성과급 산정 방식이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고 상한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증권가 전망치 300조원에 이 비율을 대입하면 재원만 45조원 안팎이다. 같은 회사가 지난해 집행했던 주주 배당금 11조1000억원이나 한 해 연구개발(R&D)에 쓰는 37조7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삼성전자 측은 OPI 재원 산정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 가운데 직원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임금 6.2% 인상과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장기 근속 휴가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가 OPI 상한 폐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최종 무산됐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회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대규모 결의대회에 맞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회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대규모 결의대회에 맞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두고 사업부별 입장 차도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사업부 가운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수년째 적자 상태로 노조 요구안이 통과되면 적자 사업부 직원도 1인당 4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200여명이 응답한 최근 사내 설문에서는 60%가량이 적자 사업부는 성과급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종합 반도체 시너지 차원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하루 약 1조원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흥·화성·평택 라인이 멈추면 400여 개 협력사도 연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같은 날 오전 평택시 고덕국제대로에서는 노조 요구를 비판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삼성전자 주주가 사업장 앞까지 찾아와 단체로 입장을 밝혔다. 민경권 주주 측 대표는 "돈을 버는 대로 제한 없이 다 내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악덕 채무업자와 다를 바 없다"며 "500만 주주들의 실물 자산인 공장을 멈추겠다는 협박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특히 문제 삼았다. 그는 "성과급 협상은 노사 간 문제일 수 있지만 공장 폐쇄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며 "반도체 공장을 멈췄다 다시 살리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했다. 이어 공장은 주주가 지분을 가진 실물 자산인 만큼 이를 멈추는 것은 호황 사이클 속에서 회사와 주주 재산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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