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품 이어지면서 영업 손실 눈덩이
CU "대체 물류 가동해 정상화 총력"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어제 삼각김밥 딱 한 개 들어왔습니다. 물건이 없어 손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일과입니다."
오피스 시설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에서 CU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의 말이다.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CU 지회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의 핵심 물류 거점들을 보름 넘게 점거하면서 물품 공급이 끊긴 영향이다.
문제는 본사와 화물연대 사이에서 협상권조차 없는 점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점포들은 4월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등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전날까지 BGF리테일의 진천·진주·나주·안성·화성 등 핵심 물류센터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5일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를 상대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총파업은 7일부터 본격적인 배송 거부와 센터 봉쇄로 격화했다.
이 여파로 서울권 CU 가맹점들은 보름째 결품 사태를 겪고 있다. 수도권 내 상당수 일대 점포들은 도시락, 삼각김밥 등 간편식은 물론 상비약과 스낵류까지 물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구로구의 한 점주 B씨는 "(물건이 없으니)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매대만 휙 훑어보고 곧장 나가버린다"고 토로했다.
물류 마비가 누적되면서 가맹점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발주 물량에서 결품이 발생하면서 본사에서의 온전한 손실액 보상을 걱정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 하락마저 우려한다. 점주 대다수가 은퇴 자금을 쏟아부은 생계형 운영자라는 점에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파업이 오래갈수록 단순 매출 하락을 넘어 생존권마저 흔들리는 구조다.
물류 마비는 생산 현장까지 덮쳤다.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화물연대의 극한 갈등으로 지난 17일 충북 진천군 BGF푸드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물류센터에서 생산시설까지 물류망이 마비돼 CU의 간편식 매대도 비게 된 상황이다. CU는 전날 오후 대체 물류 인력을 투입해 간편식 납품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일부 상품들이 제때 배송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점주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CU 가맹점주협의회는 "하루하루 타격이 큰데도 협상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며 "파업 기간 손실을 누가 책임질지도 모르고, 5~8월 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자 인식마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CU는 현재 전국에 1만8711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 노란봉투법이 갈등의 불씨?…교섭 나선 BGF리테일
업계에서는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사이의 갈등이 촉발하게 된 배경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개정노조법)'을 꼽는다. 이 법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원청과의 교섭권을 확대하고, 파업으로 인한 법적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BGF로지스와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BGF리테일 측은 이번 갈등에 대해 직접적인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계약 구조상 'BGF로지스-물류센터-운송사-기사'로 이어져 본사가 기사들과 직접적으로 협상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화물연대 기사들을 개인사업자로 보고 있다. 이들이 노동자가 아닌 만큼, 이번 사태를 원·하청 간 교섭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화물연대는 "하루 12시간이 넘는 근무와 심야·휴일 운송, 상하차 등의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며 "전면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은 노조에 가입하려고 교섭을 요구하자 회사가 물량을 줄여 수입을 반 토막 내서"라고 설명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던 중 지난 20일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CU 진주물류센터(BGF로지스 진주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2.5t 탑차가 집회 참가자와 충돌해 조합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상황이 악화하자, BGF리테일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화물연대와의 첫 교섭에 나섰다. 양측은 이날 오전 진주노동지청에서 이민재 BGF로지스 대표와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이 참석하는 속 전날 합의한 '현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한 합의서에 따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상견례 직후 이 대표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망한 데 애도를 표했고, 앞으로의 협의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화물연대 역시 협상이 시작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BGF리테일과 실무 교섭에서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BGF리테일 측은 "전날 아침부터 간편식이 조금씩 나가다가 다시 못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상화하는 데 아직 한계가 있으나, 대체 물류 체계를 가동해 안정적인 상품 공급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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