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 개혁 반대 안 해…먼저 농민 의견 들어달라는 것"

[더팩트ㅣ여의도=이성락 기자] "졸속 입법과 관치 감독을 반대한다. 농협의 자율성을 수호하라."
정부와 여당의 농협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2만여명의 농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농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하고, 조직이 정치화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농업 현장 의견 수렴 등의 절차 없이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데에 대한 반발이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등 2만여명은 2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결의대회는 농협법 개정안 발의 후 전국 농축협 조합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주도로 진행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도 함께했다. 그는 '농민 자율성 수호·관치 농협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농민들과 함께 여의도 거리에 앉아 약 1시간 30분 동안 농협법 개정 반대 구호를 외쳤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감독권 확대(농협감사위원회)와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 중이다. 중앙회장 선거의 경우, 기존에는 1100여명의 조합장이 투표했으나, 개정안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만여명의 농민들은 이러한 농협법 개정안이 농협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식 공동 비대위원장은 "전국의 농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국회 앞에 모인 것은 농협의 자율성 상실이 곧 농업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이번 일방통행식 농협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농민들은 농협법 개정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9~10일 실시한 전국 농축협 조합장(1108명 참여·응답 871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6.1%가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또 농식품부 직접 감독권 확대(96.8%), 외부 감사기구 설치(96.4%)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압도적인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날 결의대회가 열린 배경에도 이러한 농심(農心)이 있다. 강호동 회장은 "전국 조합장과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농협의 자율성을 지키고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농협 개혁 필요성을 제기하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방통행식이 아닌 농민과 조합원, 즉 현장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한 농협 개혁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다. 강 회장은 "농협은 이미 외부 주도로 수차례 개혁에 나선 바 있다. 그때마다 현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며 "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개정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조합원 직선제 또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선거의 정치화, 지역 선거 고착화, 선거 비용 증가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되니, 충분한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 회장은 일부 임원의 일탈 행위(재단 사업비 유용 등)로 비리 의혹이 커진 데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날 결의대회는 정부와 싸우겠다는 의미로 열린 것은 아니다. 농협의 미래를 위해 자율성·독립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함께 올바른 협동조합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장들은 성명을 통해 현장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입법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공론화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촉구했다.
전국 주요 농업인 단체들도 "농협에 대한 과도한 규제·통제는 결국 농업인 지원 사업의 축소와 농가 경영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것이다. 농업계 전체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뜻을 함께하겠다"는 내용의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현장에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여기에는 △헌법이 보장한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을 중단하라 △무죄 추정의 원칙을 파괴하고 조직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독소 조항(유죄 판결 확정 전 직원 직무 정지 등)을 폐기하라 △자회사 지도 감독권을 존치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수호하라 △농민 부담만 가중하는 비효율적인 감사 기구 신설안을 철회하라 △정치적 포퓰리즘에 기댄 중앙회장 선출 방식 변경 시도를 멈춰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결의문은 추후 국회와 농식품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비대위는 "우리는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농협의 근간을 흔드는 외부의 부당한 간섭은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