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2분기 실적 우려, 석화업계 가동률 추락

[더팩트|우지수 기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하루 단위로 두 자릿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휴전 시한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두 달 가까이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정유, 석유화학 기업들이 2분기 실적 절벽, 셧다운 사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3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1% 떨어졌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83.85달러로 11.5% 급락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시사하면서 시장에 반영됐던 '전쟁 프리미엄'이 한꺼번에 빠진 결과다.
다만 안도감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18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해협을 재봉쇄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평시 하루 130여척이 통항하던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그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박만 오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휴전은 워싱턴 시간 기준 22일 저녁(한국 시간 23일 오전) 만료된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이번 주 협상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협상 결렬에 따른 해협 전면 봉쇄와 극적 합의 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가능성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 원료 조달 자체가 막히고, 반대로 휴전이 성사되면 고가에 사들인 재고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어느 쪽으로 가도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 유가 급등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의 재고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복합정제마진도 최근 배럴당 47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우회 항로와 보험료·운임 인상에 따른 원유 도입 비용 상승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 변수 하나에 유가가 두 자릿수씩 출렁이고 있다"며 "분기 단위로 잡아두던 원유 도입 계획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고, 일주일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비상 경영이 길어지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전쟁 전 t당 590달러 수준에서 1100달러대까지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국내 NCC 가동률은 평시 80~90%에서 50~60%대로 떨어졌다. PVC와 MEG는 각각 9.5%, 11.4% 하락한 반면 HDPE·PP는 보합에 그쳐 원료 가격 변동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증권가에서도 부정적 전망이 잇따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등 석화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3071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정부는 1조98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6783억원을 '나프타 수급안정지원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6월까지 계약된 나프타에 대해 전쟁 이전 가격과 실제 수입 비용 차액의 50%를 보전하고, 중동산 원유 운송 할증료도 4~6월 전액 지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카자흐스탄·오만 등을 통해 원유 2억7300만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t 확보에도 나섰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하락했던 NCC 가동률이 3월 기준 55%까지 떨어졌다"며 "지원 정책을 통해 70%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 체감까지는 시차가 있다. 중동에서 확보한 물량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최소 40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한 번 멈추면 재가동에만 수십억원이 들고 설비 손상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며 "수익성이 악화돼도 일단 가동률을 낮춰서라도 라인을 살려두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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