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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쇼크에 건설업계 '직격탄'…李정부 비상 대응
李 "전쟁 영향 예상되는 모든 품목 선제적 식별·목록화"
유가·환율 급등·나프타 수급 불안…자재 공급망 균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및 대응현황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및 대응현황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응해 전 산업에 대한 비상 점검을 지시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고 핵심 품목 수급 차질 우려까지 커지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전쟁 영향이 예상되는 모든 품목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목록화해 일별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점검하라"고 전 부처에 주문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자재 수급 상황을 집중 점검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충격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이르면 다음 달 자재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 건설업계 수급 차질 우려…정부, 전시 대응 체제 가동

중동사태 장기화로 석유화확 원료인 나프타 재고가 급감하며 건설업계도 예의주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시내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사태 장기화로 석유화확 원료인 나프타 재고가 급감하며 건설업계도 예의주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시내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와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엄중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했고, 이달 1일에는 "비상한 상황일수록 그에 걸맞은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품목별 소관 부처는 업계와 핫라인을 구축해 유통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며 건설업계의 자재 수급과 원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두바이유·서부텍사스산 원유·브렌트유는 모두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율 역시 1500원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겹쳐 공사비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0일 발간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건설시장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상 공급망 리스크가 본격화되며 전쟁 위험 보험료 할증과 운임 급등으로 건설자재 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조달 비용 증가와 공기 지연이 고착화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의 실행 동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거시 변수 변화는 건설 원가를 직접 끌어올린다. 건설 중장비에 쓰이는 유류비는 기계경비의 약 30%를 차지한다. 토목 공종의 경우 기계경비 비중은 15% 수준이다. 여기에 아스팔트·윤활유 등 석유화학 제품과 철근·시멘트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유가가 20% 오르면 토목 공종 원가는 7%, 건축 공종은 4%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현금흐름 공백과 이자 비용 증가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공사비 상승 압박은 이미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 중동 사태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3월 지수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 이달 중순이 분수령…레미콘·나프타 수급 차질 현실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국토부 주관 합동브리핑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국토부 주관 합동브리핑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시간이다. 현재는 재고로 버티는 국면이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 한계가 두드러진다.

건설·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수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주요 자재 생산 차질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나프타는 단열재와 스티로폼·우레탄 등 건자재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다. 특히 레미콘 생산에 들어가는 혼화제는 나프타에서 추출되는 에틸렌을 기반으로 한다.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레미콘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레미콘은 공사 전 공정에 투입되는 핵심 자재인 만큼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현장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된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출하 제한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다음 달부터는 대부분 업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중동전쟁 기업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로 격상해 자재 수급 상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협력해 건설업계 긴급 금융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자재 수급부터 공사비·금융까지 건설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면밀히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 2월 전쟁 발발 직후 국토부와 공동으로 중동 사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지난달 3일에는 중동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기업별 현장 대피계획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일일 사태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진출기업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현장 인력 현황·대피 계획을 점검해 나가고 있다"며 "국토부·재외공관·기업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와 외신 등 현지 동향을 종합해 우리 정부와 진출기업에게 신속히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협회는 이번 중동 사태에 대응해 국토부·현지 유관기관·진출기업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우리 기업 근로자의 안전확보와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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