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보다 높은 단가는 발목
"재생 원료, 재질 전환 '투트랙' 논의돼야"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통업계의 친환경 제품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망 위기를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근본적인 탈플라스틱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중동 전쟁 직전인 지난 2월말 배럴당 68.87달러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141.53달러로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나프타를 비롯한 포장 원재료 가격 상승은 유통업계 실적에 즉각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당장 제품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가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식품·음료업계는 화석 연료 기반의 신재(Virgin) 플라스틱 의존도를 낮춰 원가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원F&B는 반제품 단계인 '프리폼' 공법을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인 액상 용기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14톤의 플라스틱 원료 사용량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원F&B는 해당 공법 적용 범위를 전 제품군으로 확대해 원료 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음료업계 역시 재생 원료 비중을 높여 신재 수급 불안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기계적 재활용 페트(MR-PET)를 100% 사용한 펩시 제로슈거 등 3종의 패키지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라인업 확대로 연간 약 4200톤의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재생 원료 대체는 장기적으로 나프타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재생 원료 도입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 원료 역시 수거와 재활용 공정의 에너지 비용에 민감해 나프타 가격 변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척과 건조, 중합 등 재활용 원료를 만드는 공정 전반에서 화석 연료 기반의 전력 소모가 큰 데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신재 단가가 오르면 대체재인 재생 원료로 수요가 쏠려 시장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장재 재질 자체를 종이로 전환해 석유화학 시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한 제지업체는 전쟁 전 대비 기업들의 관련 문의가 30~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2022년부터 재생 용지 택배 상자와 종이 테이프를 전면 도입해 석유 기반 부자재 사용을 줄이고 포장 과정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탈플라스틱 정책을 구조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신재 가격이 뛸 때만 재생 원료나 대체재를 찾는 임시방편적 대응은 한계가 있다"며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플라스틱 사용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생 원료 사용 확대뿐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감량 조치와 종이 등 타 재질로의 전환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인센티브와 규제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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