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부담·재생에너지·러시아 변수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미국이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일각의 평가와 달리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는 ‘조용한 승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이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헨리허브(HH)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이란 전쟁 발발(2월 28일) 이전과 비교해 MMBtu당 약 3달러를 유지한 반면 아시아 LNG 가격(JKM)은 10달러 내외에서 20달러 안팎까지 상승하며 격차가 최대 7배까지 벌어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미국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반면 동아시아와 유럽은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구조는 미국산 LNG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중동 지역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에너지 도입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미국산으로 공급선이 일부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산 수출 물량은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16년 LNG 수출을 시작한 이후 약 10년 만에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약 1억1100만t을 수출하며 1위를 기록했으며, 2030년에는 생산능력을 약 2억t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미국의 LNG 생산과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수요국들의 공급선 다변화로 미국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카타르는 약 1억4000만t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전쟁 변수에 노출돼 있고, 호주는 자원 고갈 영향으로 생산 감소 흐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LNG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갈 수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가격과 물량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쟁 국면이 이어질수록 글로벌 LNG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미국산 LNG 수입 물량은 439만t으로 전체(4672만t) 약 9.4% 수준이다. 한미 무역 협상에 따라 향후 4~5년간 약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가 합의된 만큼 도입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를 미국의 ‘전략적 성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군사·외교 비용도 함께 커져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이란에 2~3주 내 초강력 타격"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 이후 시장이 미국의 기대처럼 움직일지는 불확실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도매가격(SMP)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 LNG 수요가 둔화할 수 있고, 러시아도 주요 LNG 수출국(전체 4위)인 만큼 공급 선택지가 확대돼 시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LNG 시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전쟁 종료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러시아 변수 등이 다시 작용할 경우 기대만큼 효과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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