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루아울 8조 환매…사모대출 시장 유동성 경고등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생활가전 렌탈업체 청호나이스가 창업주 고 정휘동 회장 별세 이후 약 30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부담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F)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나 경쟁력 약화가 아닌 '세금'이 사실상 매각의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중견기업의 가업 승계 구조와 세제 환경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 상속세 3000억 부담…청호나이스, 결국 매각 카드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 오너 일가는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창업주가 보유했던 지분 75.1%와 계열사 마이크로필터 지분 13% 등을 포함한 구조로, 단순 지분 매각이 아닌 그룹 단위 거래가 검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청호나이스와 주요 계열사를 합산한 기업가치를 약 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실사 결과와 협상 조건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매각 추진의 핵심은 사업 경쟁력 저하가 아니라 상속세 부담이다. 현행 세법상 최대주주 지분에는 20% 할증 평가가 적용돼, 최고세율 50%와 결합될 경우 실효세율이 60% 안팎까지 치솟는다. 특히 창업주가 보유한 75% 이상의 지분이 일시에 상속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유족이 감당해야 할 세금은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막대한 세금을 감당할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청호나이스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법인 자산이기 때문에 상속세 재원으로 직접 활용할 수 없다. 배당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경우 고율의 배당소득세가 추가로 부과돼 실제 유입되는 자금은 크게 줄어든다.
연부연납을 통해 세금을 나눠 납부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최장 10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더라도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현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담을 감안하면, 지배지분을 매각해 일시에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른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매각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 한앤코, 케이카 매각…8년 만에 '5배 회수' 성공
IB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 1일 KG그룹 컨소시엄과 약 75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앤코는 2018년 약 2000억원에 SK엔카 직영사업부를 인수한 뒤 사명을 '케이카'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 플랫폼을 강화하고, 직영 매입·판매 구조를 고도화하며 운영 효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자체 금융사 설립을 통해 차량 할부 금융을 내재화하면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그 결과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매출은 인수 당시 1조원 미만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50억원대에서 700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단순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과 사업 구조 모두를 개선한 '밸류업'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앤코는 2021년 10월 케이카를 코스피에 상장하며 약 3000억원 규모의 구주 매출을 진행하며 투자금을 일부 회수한 데 이어, 이번 경영권 매각까지 완료하면서 투자 원금 대비 약 5배 수준의 수익을 실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위축된 M&A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성공적인 엑시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자인 KG그룹은 완성차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차 생산(KG모빌리티)부터 중고차 유통, 금융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해 통합 모빌리티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SI) 성격이 강한 거래라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 美 사모대출 '경고등'…블루아울, 8조 환매 제한
미국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이 대규모 환매 요청에 대응해 출금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한때 월가의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사모대출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루아울은 1분기 두 개 펀드에서 총 54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펀드 정관에 따라 분기별 환매 한도를 5%로 제한했다. 대표 펀드인 OCIC에서는 전체 지분의 22%, 기술 특화 펀드 OTIC에서는 41%에 달하는 환매 요구가 몰렸다. 이에 따라 OCIC 펀드는 약 9억8800만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며, 신규 투자 유입액(8억7200만 달러)을 제외하면 이번 분기 순유출액은 1억1600만 달러 수준이다.
사모대출은 은행 대신 사모펀드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부도 위험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블루아울 측은 최근 환매 급증 배경으로 사모대출 자산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지목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 우려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부 헤지펀드는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사바 캐피털은 블루아울 펀드 지분을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시장 변동성 속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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