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금리가 좌우"…전문가들 RIA 효과 선 긋기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환율 안정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과는 무관한 정책"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실제 RIA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날 원·달러 환율은 1518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아 정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8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미래·삼성·KB·신한투자·메리츠·하나·대신)에서 개설된 RIA 계좌는 총 1만4822개로 집계됐다. 출시 첫날부터 수천 개 계좌가 몰리며 초기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RIA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국내 주식 등에 재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계좌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실질적인 자금 유입 효과에 대해선 신중한 시각이 우세하다.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달러 자산을 원화로 환전하는 부담이 크고, 투자 판단 역시 국내외 증시 수익률과 글로벌 변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계좌 개설은 이어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자금 이동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원·달러 환율 역시 여전히 상승세다. RIA가 출시된 전날 환율은 1504.9원에서 출발해 오후 들어 상승폭을 급격히 키우며 장중 1518.4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RIA가 환율 안정 수단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환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금리와 통화정책인데, RIA는 이러한 거시 변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미시적 유인책'에 그친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RIA와 같은 세제 유인책은 환율 정책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환율의 핵심은 금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금리가 낮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유지되는 구조"라며 "금리를 정상화하지 않는 한 환율 불안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현재 환율 상승에 대해 단기 외부 요인 영향도 있지만, 정책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환율은 일정 수준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며 "통화정책 없이 환율을 잡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자산시장 쏠림과 환율 불안을 동시에 키운 측면이 있다"며 "금리 정상화 없이 단기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율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통화량 확대가 지목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최근 환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 영향이 크다"며 "돈이 많이 풀리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은 구조적으로 내려가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부담을 키우고, 수입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RIA는 정책적 의미는 있지만 환율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RIA가 단기적인 환율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해외주식 매도 자금이 원화로 환전되는 구조인 만큼 달러 매도 수요를 일부 유도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IA는 원화 강세에 일정 부분 힘을 보탤 수 있다"며 "해외자산이 국내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유사 정책을 시행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12%의 해외자산이 국내로 복귀했고, 당시 루피아화 역시 해당 기간 동안 강세 흐름을 보였다"며 "자금 유입이 일정 규모 이상 발생할 경우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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