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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모이려다 취소 왜?
전삼노, 23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 취소
공투본 차원 행동 나설 듯…4월 결의대회·5월 파업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진행하기로 계획했던 이재용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진행하기로 계획했던 이재용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모여 진행하려 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내부 사정'인데, 이날 내부 회의를 거쳐 추후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당초 전삼노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의 쟁의행위 돌입을 선언한 뒤 보상 체계와 관련해 경영진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적으로 알렸으나,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쟁의행위 결의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재적 조합원 약 9만명 중 6만6019명이 참여해 투표율 73.5%를 기록했고, 6만1456명이 찬성하면서 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공투본 내 3개 노조 중 하나인 전삼노의 이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은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 벌이는 첫 단체 행동이었다.

전삼노는 기자회견 취소 사유에 대해 '내부 사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삼노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고 초기업노조삼성전자지부,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공투본과 함께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투쟁 방향을 급히 선회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부재로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 회장은 중국발전포럼과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전삼노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이 회장에게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전삼노는 이날 내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추후 행보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라면 공투본 차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식화된 단체 행동은 다음 달 23일 평택에서 열리는 투쟁 결의대회다. 지난 20일 오후 3시 기준 결의대회 참여 예상 조합원 수는 9300여명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 2024년 7월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 2024년 7월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삼성전자 노사는 3개월 동안 교섭에 임했으나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현재 공투본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50%) 폐지, OPI 투명화, 임금 7%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OPI 50% 상한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측은 OPI 50% 상한을 유지하는 대신 재원 산정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1가지를 선택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산정 방식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지표인 EVA를 고집하며 정당한 이익 배분을 거부하고 있다"며 "노조는 투명한 영업이익 기반 성과 보상 체계의 항구적 제도화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는 2024년 7월에 이어 2년 만에 창사 이래 2번째 파업을 맞게 된다. 늘어난 조합원 수를 고려하면 파업 강도는 1차 총파업 때와 비교해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파업 규모에 따라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따가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발 훈풍에 올라타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회사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번 이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을 계획했을 때도,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삼는 '민폐 시위'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노조는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 위해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떼쓰기가 아니다. 망가져 가는 삼성의 보상 시스템을 바로잡고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아 기업과 국가의 본원적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발전적 투쟁"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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