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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 장기화에 '스태그플레이션' 올까…한은, 기준금리 결정 '딜레마'
장기화 땐 성장률 0%대 우려…금리 동결·인하·긴축 시나리오 혼재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 딜레마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더팩트 DB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 딜레마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 딜레마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NH금융연구소는 최근 내부 경영진과 공유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전개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미국의 일방적 승리 선언과 함께 군사 충돌이 진정되는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우리나라 경제 충격은 1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과거 2003년 이라크 전쟁, 2012년 호르무즈 해협 긴장, 2025년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사례에 비춰 종전 이후 국제유가는 빠르게 안정되더라도 해상 운임은 추가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연간 0.1~0.2%포인트 하락하지만, 실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유류세 인하, 유류 보조금 지급 등 지원 정책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반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더불어 수출·소비가 동반 위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쟁이 3개월 이어지면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률은 2~4%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소비와 투자는 각각 0.3~0.6%포인트, 0.6~0.7%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중동발 공급 충격이 단순한 일시 변수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 대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지지만, 고환율·고유가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섣불리 완화로 돌아서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경로는 충격의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NH금융연구소는 1년 안팎의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경기 충격 완화를 위한 동결 또는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사태가 1년 이상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에는 물가 상승 부담이 누적되면서 통화정책의 중심이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로 옮겨가 긴축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당장 환율만을 이유로 긴축으로 급선회하기보다는, 중동 사태가 물가와 성장에 미칠 영향을 더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와 관련해 다른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까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한 상태다.

이 위원은 "정책을 결정하는 시점에서 최대한의 정보와 앞으로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최대한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장 측면에서는 재료 가격 상승과 불확실성 확대로 통상 부문에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 2월의 결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가능성 차원에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란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환율 상승 자체보다는 고유가와 고환율 충격이 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얼마나 빠르게 번지는지를 확인하며 우선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전쟁 장기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경우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지지만, 같은 시기 물가와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행의 선택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충격의 지속 기간과 물가 전이 강도가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단기에 진정되면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사태가 장기화해 성장률이 더 꺾이면 인하 압력이 커지겠지만,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한 상황이라 통상적인 경기 대응보다 훨씬 어려운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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