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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③] 대전환 앞에선 노동시장…당장 감소보다 '직무 재편' 과도기
AI 확산에 따라 고용 감소 제한적
AI 역량 갖춘 인재 수요 확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더팩트DB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더팩트DB

인공지능(AI)이 어느새 인간의 업무를 깊숙이 침범하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의성과 판단의 능력까지 AI가 장착했습니다. 인간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심과 함께 생산성 혁명이라는 기대감이 엇갈립니다. <더팩트>는 이번 [AI와 일자리] 기획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동료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대체재가 될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AI 혁명 속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해법을 모색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 자료 검색을 넘어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직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이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기보다 기존 직무의 재편과 새로운 역할 창출을 동반하는 ‘일자리 재배치’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챗GPT(ChatGPT)를 비롯해 제미나이(Gemini), 그록(Grok), 딥씨크(DeepSeek) 등 다양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기업과 개인의 업무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검색 도구에 머물렀던 초기 AI와 달리 이제는 데이터 분석, 법률 검토, 업무 자동화 등 전문 영역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노동시장이 직업(Job) 중심에서 직무(Task)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AI 도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보단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도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보단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DB
AI 도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보단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DB

◆ AI가 바꾸는 일자리…감소보다 '재배치' 가능성

실제 연구 결과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경제학과 소속의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교수와 데이비드 오토르(David Autor) 교수가 발표한 연구 '인공지능과 일자리: 온라인 채용 공고 분석(AI and Jobs: Evidence from Online Vacancies)'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미국 온라인 채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관련 직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무·행정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AI 역량을 갖춘 인력 채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지만 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역할이 만들어지면서 고용 자체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관련 인력을 채용할 확률도 더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산업에서 AI 인력을 채용할 확률은 다른 산업보다 약 1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생산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된다. AI 도입 기업은 '총요소생산성(TFP)'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TFP란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 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생산을 만들어내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같은 수의 노동자와 동일한 설비를 사용하더라도 기술 발전이나 조직 방식을 개선해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면 TFP가 높아졌다고 본다. 인력을 줄여 효율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인력 규모를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산업 전체 고용 규모에서는 아직 뚜렷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또한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도 전체 고용 수준이나 임금 증가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직무는 줄어드는 대신 새로운 직무가 생기는 '일자리 재배치(job realloc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제시된다. 지난 2023년 한요셉 한국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AI 발전이 반드시 일자리 대체로 이어지지 않고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AI 확산은 금융권, 전자와 의료, 조선,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팩트DB

◆ AI 확산에 노동시장 변화…AI 역량 요구

다만 노동시장 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 AI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직군으로는 △데이터 분석 △사무·행정 △금융 서비스 △정보처리 중심 직무 등이 꼽힌다. 데이터 처리와 정보 분석 비중이 높은 직무일수록 AI 기술과 결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노동자 250인 이상 대기업의 AI 도입률은 금융·보험업이 66.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보통신업 49.7% △전기·가스·수도 45.6% △도소매업 40.7% △예술·스포츠·여가 40.2% △교육서비스업 36.2% △숙박·음식점업 34.9% 순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이 고도화하면 관련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비중은 단순 도입 대비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노동시장에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고 기존 직무의 역할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영업 모델이 등장하는 과정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증가가 모든 구직자에게 낙관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AI 도입을 확대하면서 채용 기준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업무 수행 능력보다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실무 적용 능력이 채용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인재 양성 속도가 산업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기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비중은 약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AI 활용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기업체의 비중은 1%에 그치고 있다"라며 "기업이 내부 AI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규채용 및 외부 AI 인재 활용도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말했다.

AI 확산은 금융권, 전자와 의료, 조선,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팩트DB
AI 확산은 금융권, 전자와 의료, 조선,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팩트DB

◆ 기업 내 AI 도입 확산…생산성과 소비자 편의 모두 높인다

AI 확산은 산업 전반에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AI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금융권은 물론 전자와 의료, 조선, 유통 등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AI 도입 초기에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데이터 분석과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분류됐던 의사결정, 고객 서비스까지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대출 심사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등에 AI 분석을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는AI 에이전트 활용 기반 확대를 주요 숙원 과제 중 하나로 낙점했다. 업계 전반에 걸쳐 AI 기반 업무 자동화 플랫폼을 도입해 직원들이 업무에 요구되는 기능을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자·제조 산업에서도 AI 활용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반도체 생산 공정에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인다. 설계와 생산 등 과정에 AI를 적용해 공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AI전환을 고려한 조직인사를 단행했고, 현재는 상반기 DX부문 3급 신입사원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회로설계와 시스템개발과 함께 AI, 'B2B영업', 'B2C영업' 등 전방위적인 채용을 단행하고 있다.

조선 산업 역시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분야 중 하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설계와 생산 과정에 AI를 적용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특히 숙련공의 설계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수집해 AI가 분석하도록 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AI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봤던 전통 제조업도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시점이다.

의료와 바이오 분야에서는 AI 기반 데이터 활용이 신사업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화합물 데이터 등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야 하는 특성상 전통적으로 데이터 활용 능력이 중요한 분야로 꼽혀왔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제약사의 약 80%가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유통 산업에서는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AI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AI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자의 검색 기록과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초개인화' 상품을 추천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도록 도우면서 판매 효율까지 높인다. 물류 분야에서도 수요 예측을 AI가 도맡으면서 재고 관리와 배송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확보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 현장에서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도구라기보다 생산성과 산업 구조를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경쟁력이 기술을 두려워하는 데 있지 않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와 직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AI 확산은 금융권, 전자와 의료, 조선,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팩트DB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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