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이어 밀가루까지 담합 의혹
윤석환 대표 '전면적 쇄신' 예고

[더팩트 | 손원태 기자] CJ제일제당이 내수 침체와 바이오 부진으로 사상 첫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사면초가에 몰렸다. 최근에는 삼양사, 대한제분과 함께 설탕 가격 담합 의혹까지 휘말려 소비자 공분마저 자아냈다.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난관을 마주한 윤석환 대표는 전면적 쇄신을 예고했다.
5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 매출(대한통운 제외)이 전년 대비 0.6% 감소한 17조75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2% 하락한 8612억원에 머물렀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직전 연도 5.7%에서 지난해 4.9%로 주저앉았다. 특히 연간 순손실은 6579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는데, 이는 2007년 CJ주식회사에서 인적분할한 후 처음이다.
이러한 어닝 쇼크는 이상기후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원가 부담, 그리고 고물가 여파로 인한 내수 침체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핵심 사업 부문은 최근 3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식품 매출은 2022년 5조9231억원에서 매해 감소해 2024년 5조7716억원까지 내려갔다.
바이오 사업 역시 2022년 4조8540억원에서 2024년 4조2095억원으로, 2년 만에 매출이 13.3% 증발했다. 지난해에도 국내 식품과 바이오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1%, 5.9% 감소한 5조5947억원, 3조9594억원에 그쳤다.
국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가공식품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 실적으로 영향을 줬다. 바이오 사업에서는 고수익 제품인 트립토판과 발린, 알지닌, 히스티딘 등 스페셜티 아미노산의 업황 부진이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은 5조924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만두, 햇반, 김치, 김, 누들 등 글로벌전략제품(GSP)을 앞세워 K-푸드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4년의 설탕 담합, 공정위 철퇴…소비자 공분
CJ제일제당의 고충은 실적 악화로만 끝나지 않는다. 삼양사, 대한제분과 함께 설탕 판매 가격을 담합한 행위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당 3사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4년여 동안 설탕 가격을 담합했다. 공정위는 제당 3사에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 중 CJ제일제당 과징금은 1506억8900만원이다.
이 기간 제당 3사는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 가격 변경 폭과 시기 등을 조율했다. 공정위는 이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불공정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제당 3사가 담합으로 올린 매출액을 3조2884억원으로 잡았으며, 과징금 부과 기준율이 15%라고 설명했다. 과징금은 담합행위로 영향을 받은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매겨진다.
소비자들은 "4000억원 과징금이 문제가 아니라 담합으로 벌어들인 액수의 수십배를 토해내게 해야 다시는 이런 행위를 안 한다", "부당한 일을 벌이면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처벌해야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최근 CJ제일제당을 비롯한 국내 제분 회사 7곳(대한제분·대선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삼화제분·한탑)의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도 추가로 제기돼 심의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6년에 걸쳐 5조8000억원 규모의 밀가루 가격 담합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1조16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CJ제일제당은 업소용과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4%, 5.5% 인하했다가 최근에 추가로 평균 5%를 더 내렸다. 동시에 △제당협회 탈퇴 △원가 등 연동한 투명한 판가 결정 시스템 도입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 등의 후속 조치도 마련했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 취임 4개월 만에 '실적 악화·설탕 담합' 마주한 윤석환
실적 악화와 설탕 담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1969년생인 윤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후 2002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20년 넘게 바이오 분야만 팠다. 그는 2023년 9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대표에 올랐으며, 지난해 10월에는 CJ제일제당 총괄대표를 맡게 됐다. 하지만 취임 4개월 만에 그는 총체적 난국을 마주했다. CJ제일제당의 첫 연간 순손실은 물론, 그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바이오 사업마저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윤 대표는 전면적 쇄신을 선언했다. △사업구조 최적화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 △조직문화 재건 등을 목표로 세웠다. 사업구조 최적화는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K-푸드 사업으로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은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예산이나 마케팅 비용, 실효성 없는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원점 재검토한다. 절감한 예산은 미래, 성장 사업의 투자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직문화 재건은 결과와 책임으로 승부를 보는 성과 중심의 체계를 확립하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CJ제일제당의 현 상황을 낭떠러지 끝에 있다고 평가하며, 임직원들에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윤 대표는 "4년간 이어진 성장 정체 끝에 지난해 순이익 적자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선택권은 없으며, 지금의 불편이 미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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