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수출 67% 튀르키예 집중…원가·투자심리 동반 압박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직접 교역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와 중동 수출 비중, 에너지·환율 변동성까지 감안하면 복합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수는 공급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25.6% 수준으로, 2024년에도 30% 안팎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항공편이 감축될 경우, 수입 지연과 운임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항공편이 감축되거나 항로 변경, 항공 폐쇄 및 입항 회피 등 조치가 있을 경우, 제품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중동 국가들이 외화 반출 제한이 강화되면 대금 지연이 생길수도 있다"며 "아무래도 전쟁발발국가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조금 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고, 주변국들은 그에 따른 부대적인 영향이 조금 있으리라 예상한다. 기업에 따라서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냉장·동 운송 비중이 높아 항공 물류 의존도가 크다. 걸프 지역 항공 허브를 우회하게 되면 운송 기간이 늘고 비용도 상승한다. 유가 급등은 공장 가동 비용과 중간재 가격까지 밀어 올려 제조원가 전반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겹치면 부담은 배가된다. 원료의약품 수입은 중국 비중이 크지만 결제 통화는 달러가 일반적이다. 환율 상승은 곧바로 매출원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15개국으로의 국산 의약품 수출은 5억6907만 달러(약 8300억원)로 전체 수출의 6.5%를 차지했다. 이란으로의 직접 수출은 317만 달러(약 46억원)에 불과해 당장 타격은 크지 않다.
문제는 확산 가능성이다. 중동 수출의 67.5%가 튀르키예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수출액만 3억8428만 달러(약 5600억원)로, 국산 의약품 수출 7위 국가다. 분쟁이 인접 지역으로 번질 경우 튀르키예 시장 위축이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 전략의 일환으로 보건·의료 산업을 육성해 온 점도 변수다. 대웅제약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출시했고, 휴젤과 메디톡스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품목허가를 확보했다.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은 사우디 타북제약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공략을 확대해왔다. 해상·항공 운송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인접국으로의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자금 조달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미래 수익 기대가 기업가치에 크게 반영되는 특성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바이오 기업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당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보여주듯, 특정 원료 수급이 막히면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설 유지비 비중이 큰 바이오 기업은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매출원가 압박이 빠르게 커진다.
정부는 무역보험·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충격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적 가격 변동을 넘어 원료의약품 국산화 전략과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유가·환율·물류가 동시에 흔들리면 체력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와 장기 계약 확대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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