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세제·승계 구조, 여전히 신흥국형 규범"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에 진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지수 레벨업이 '완결'이 아닌 '과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사 펀더멘털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했지만 상속·승계 제도만큼은 여전히 구조적 저평가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의 박세연 연구원은 25일 "코스피 6000 돌파는 한국 증시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발선에 섰다는 의미"라면서도 "이제 남은 과제는 상속세와 승계 제도를 어떻게 정비하느냐"라고 짚었다.
지수 상승 속도만 보면 변화는 이미 확인됐다. 코스피는 1000에서 2000까지 오르는 데 18년이 걸렸지만, 5000에서 6000까지는 30여 일 만에 도달했다. 기업 이익과 자본력,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상당수가 선진시장과의 격차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세제와 승계 구조는 여전히 신흥국형 규범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한화투자증권의 해석이다.
핵심은 상속세다. 한국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 프랑스(45%), 미국(40%) 등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상장사 최대주주 지분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최대 20%를 일괄 가산하면서, 최고세율 구간에서는 실효세율이 60% 수준까지 올라간다. 명목세율과 실제 부담이 거의 그대로 일치하는 구조다.
박세연 연구원은 "상장사 최대주주에게 경영권 할증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실질 부담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면서 "공제나 유예 장치가 제한적이어서 세율과 실제 부담을 분리해 완충하는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와의 대비는 분명하다. 미국은 연방 상속세 최고세율이 40%지만, 2026년 기준 개인 1500만달러, 부부 합산 3000만달러까지 기본 공제를 적용하고, 배우자 상속에는 사실상 무제한 공제를 허용한다. 일본은 최고세율 55%를 유지하면서도 가업승계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80~100%까지 장기 유예한다. 독일 역시 사업자산에 대해 85%, 최대 100%까지 비과세 특례를 둔다.
반면 한국은 명목 50%+최대주주 할증 20% 구조가 유지되며, 대주주가 우량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할수록 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 결과 지주사 전환을 통한 간접 지배, 비상장 계열사 설립,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 등 우회 승계 구조가 확산됐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와 국회는 상속세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을 병행 논의 중이다. 최대주주 할증 폐지, 최고세율 조정, 상장주식 물납·혼합납부 허용, 가업승계 공제 정비 등이 동시에 검토되는 추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의 경우, 상속·증여세 과세 기준을 기존 시가+최대 20% 할증에서 비상장주식 평가방식과 순자산가치의 80% 하한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 연구원은 "최대주주 할증 폐지와 PBR 0.8배 과세 하한이 결합되면, 주가를 의도적으로 억누르기보다 정상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평가를 높이는 쪽으로 인센티브가 이동할 수 있다"면서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기존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 할증, 물납·혼합납부, 가업승계 공제 등 세제 전반을 재설계해 왜곡된 인센티브를 해소할 수 있느냐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이 과제를 풀어내느냐에 따라 코스피 6000 시대의 상승이 구조적 레벨업으로 이어질지, 일회성에 그칠지가 갈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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