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8000억·유통 내재화 고정비 확대

[더팩트|윤정원 기자] 10조원 몸값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구다이글로벌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성과와 리스크를 동시에 시험받고 있다. 한국판 로레알을 표방하며 멀티 브랜드 플랫폼으로 빠르게 외형을 키웠지만 누적된 영업권 부담과 손상차손 가능성이 상장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변수로 부상해서다.
유통 내재화와 대규모 인수가 맞물리며 재무·회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상장 국면에서 대규모 손실 인식이 발생할 경우 이익 지표와 공모가 산정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미래에셋 대표주관…대형 IB 총출동한 IPO 전선
구다이글로벌은 이달 9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모건스탠리 등을 공동 주관사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는 회사가 상장 과정에서 목표 기업가치로 10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다이글로벌은 K-뷰티 흥행을 발판 삼아 검증된 인디 브랜드를 연쇄 인수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조선미녀를 비롯해 티르티르, 스킨푸드, 라운드랩(서린컴퍼니), 아이유닉, 하우스오브허 등 다수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멀티 브랜드 체제를 구축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로레알식 확장 전략에 빗대곤 해왔다.
외형 성장에는 이견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고, 북미 시장에서 조선미녀와 티르티르가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진출 국가는 162개국에 달한다.
◆ 유통 내재화·플랫폼 탈피…외형 확장의 다음 단계
구다이글로벌의 전략 변화는 유통 내재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회사는 지난 1월 미국 K뷰티 전문 유통사 한성USA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한성USA는 미국 현지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Ulta Beauty, Costco, Target 등 주요 채널에 K뷰티 브랜드를 공급해 왔다. 지난해 매출은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한성USA를 인수한 목적은 명확하다. IPO를 앞두고 외부 유통 플랫폼에 지불하던 물류·유통·마케팅 수수료를 줄이고, 유통 마진을 내부로 흡수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배송, 재고 관리, SNS 마케팅 등을 대행해주던 플랫폼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시장에서는 K-뷰티 영향력이 커질수록 유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 실리콘투, 한진 등 유통·물류 기업들이 인디 브랜드 확보 경쟁에 나선 가운데, 구다이글로벌은 플랫폼 없이도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새로운 부담의 시작이기도 하다. 유통 플랫폼이 맡아오던 역할은 단순 판매를 넘어 현지 규제 대응, 마케팅 효율화, 재고 회전 관리까지 포함한다. 이를 모두 내부화할 경우 고정비 구조가 커지고,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비용 부담이 오히려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 영업권 1471억·CB 8000억…회계 리스크가 밸류 흔든다
사업 구조 변화보다 더 민감한 변수는 회계와 재무다. 구다이글로벌은 공격적인 인수합병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영업권을 쌓아 올렸다. 2024년 말 기준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등 인수 영향으로 장부에 계상된 영업권은 약 1471억원으로 알려졌다. 영업권은 매년 손상검사를 거쳐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을 밑돌 경우 즉시 손상차손으로 인식된다. 현금 유출은 없지만 한 번 비용으로 처리되면 환입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IPO 시점과 맞물릴 경우다. 상장 심사나 증권신고서 제출 전후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하면 당기순이익과 주당순이익(EPS)이 급감해 공모가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교기업 대비 PER·EV/EBITDA 배수 적용 과정에서 할인 요인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재무 부담도 가볍지 않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약 8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대규모 M&A 자금을 마련했다. IPO를 통해 차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상장 일정이 지연되거나 공모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재무 레버리지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최근 본사를 강남으로 이전하고 브랜드 조직을 통합한 것 역시 상장을 전제로 한 밸류업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인력·사옥·관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비용 구조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이) 지금까지는 좋은 브랜드를 사는 능력을 보여줬다면 상장 이후에는 사들인 브랜드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익으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10조원 밸류를 정당화하려면 최소 20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영업이익 체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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