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4일 개선기한 코앞…재무구조 개선 입증해야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부산 '배터리 신화'로 불리며 2차전지 테마의 상징처럼 떠올랐던 금양이 결국 상장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4000억원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 일정이 7차례나 연기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장기화되고, 거래 정지 상태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갔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금양은 405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기존 2월 15일에서 3월 31일로 변경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3월 9일에서 4월 21일로 조정됐다. 최초 납입 예정일이 지난해 8월 초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년 넘게 자금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정정 공시는 7차 변경에 해당한다.
이번 증자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SKAEEB)'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이다. 그러나 해당 투자사가 납입일을 반복적으로 미루면서 자금 조달 계획은 공시상 일정 변경만 거듭하고 있다. 금양은 홈페이지를 통해 "4월 14일 거래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임원이 사우디 현지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실제 입금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어떤 설명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번이 첫 번복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양은 2024년 9월 4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듬해 1월 이를 전면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시장의 신뢰에 상처를 남겼다. 이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선회했지만 납입 일정은 줄줄이 연기됐다. 계획 발표와 정정 공시가 반복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자금난은 사업 차질로 직결됐다. 금양이 2023년 9월부터 부산 기장군에 조성해온 이차전지 생산공장 '기장 팩토리'는 2024년 11월 공사가 중단됐다. 해당 공장은 원통형 2170 배터리셀 양산의 핵심 거점으로, 금양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워 온 프로젝트다. 그러나 자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공장 준공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금양은 2024년 9월 미국 나노테크에너지(Nanotech Energy)와 17억2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2170 원통형 배터리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공장 준공 이후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구매주문서(PO)를 변경해 납기를 올해로 연기했다. 변경된 일정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 가동이 전제되지 않으면 계약 이행 가능성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무적 위기도 심각하다. 금양은 지난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이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주식 거래도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금양에 4월 14일까지 재무구조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한 내 가시적인 자금 조달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또는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선 설령 4050억원이 실제 납입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양 소액주주 A씨는 "4000억원이 들어와도 밀린 공사대금과 체납 세금, 체불 임금, 각종 지연이자 등을 정리하면 대부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공장 정상화와 추가 설비 도입, 연구개발 투자, 인력 충원까지 감안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상장폐지 여부를 넘어 회사 존속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제도적 측면으로도 번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최초 공시한 유상증자 납입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하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반면 코스피에는 자금 조달 지연에 대한 동일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금양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라는 이유로 납입일이 장기간 미뤄졌음에도 추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시장 공정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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