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투명성 내세웠지만 "제조사 통제 강화" 지적도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의 유통 구조가 딜러 중심 체제에서 제조사 직접 판매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차량 가격과 재고를 본사가 통합 관리하는 직판 모델이 확산하면서 가격 투명성 제고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할인 축소와 제조사 통제력 강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오는 4월 새로운 판매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를 도입한다. 기존 11개 딜러사별로 상이했던 재고와 가격 구조를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환 시점 이후에는 본사가 소유·관리하는 차량만 판매되며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가격이 적용된다. 각 딜러사가 보유한 재고는 전환 전까지 순차적으로 소진된다.
현재는 딜러사가 차량을 도매로 넘겨받아 소매 판매하는 구조지만 RoF가 도입되면 재고와 가격 결정 권한이 본사로 일원화된다. 딜러사는 가격 협상 대신 고객 상담과 인도, 서비스 경험 강화에 집중하는 에이전트 역할로 전환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상반기 중 완전히 전환될 예정"이라며 "온라인에서 예약금을 결제한 뒤 전시장에서 계약과 인도를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RoF의 핵심은 가격 일원화와 재고 통합이다. 전국 모든 판매 네트워크에 동일한 가격이 적용돼 매장 간 할인 격차가 사라진다. 고객은 여러 전시장을 돌며 조건을 비교하거나 가격을 흥정할 필요 없이 통합 재고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사양과 모델을 확인한 뒤 동일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다. 벤츠 측은 이를 통해 가격 협상 중심의 판매 문화에서 벗어나 제품과 브랜드 경험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직판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와 폴스타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100% 온라인 직판을 유지해왔고, 혼다코리아는 2023년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하며 직판으로 전환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푸조 브랜드에 한해 올해부터 100% 직판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현장에서는 반응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수입차 딜러는 "딜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며 "어디서 구매하든 동일한 가격이 적용되면 할인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러는 "그동안 할인 경쟁을 통해 판매를 확대해온 소규모 딜러사 입장에서는 가격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규모가 큰 딜러사로 고객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반응도 다양하다. 일부는 "적극 찬성한다", "차값이 한두푼도 아닌데 정찰제를 도입하고 안 팔리면 공식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며 가격 투명성 강화에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업계가 내세우는 가격 투명성이 소비자 혜택이라기보다 제조사의 가격 통제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비자는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 가격 인하로 이어져야 하는데 실제로 소비자 혜택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제조사 통제력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벤츠 오너는 "그동안 딜러를 통해 차량 관리와 상담을 받아왔는데 이런 부분이 불편해질 수 있다"며 "경쟁이 줄면 할인 폭이 작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측은 "에이전트로 역할을 할 딜러들은 가격 협상 대신 고객 맞춤 상담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매달 프로모션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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