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주주 15~20% 상한 검토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지분 92.06%를 취득하기로 결정했지만, 최종 인수 성사까지는 금융당국 규제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금융위가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규정하며 대주주 지분 20% 상한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반영하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어 90%대 지분 구조와 정책 방향 간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코빗 보통주 2690만5842주를 총 1334억7988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전에는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거래가 종결될 경우 지분율은 92.06%에 달한다. 회사 측은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취득 '완료'가 아닌 취득 결정 단계로, 실제 지배구조 변경은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확정된다.
현행 제도상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변경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신고 수리 및 적격성 심사 대상이다. 자금 출처, 재무 건전성, 법 위반 이력 등이 주요 판단 요소다. 현행 법령에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 도입될 수 있는 규제를 이유로 현재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현 시점 기준으로 보면 승인 자체를 막을 직접적인 근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빗썸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거래소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빗썸은 최근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2000원 상당을 지급해야 할 금액을 ‘2000 BTC’로 오입력하면서, 약 600여 명의 이용자 계정에 총 62만 비트코인이 내부 장부상 잘못 반영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시세 기준으로 약 60조원 규모다. 중앙화 거래소(CEX) 구조상 온체인 보유량과 무관하게 내부 원장 수치만으로 잔액이 표시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융위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주주 지분 15~20% 상한을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거래소를 사실상 단독 지배하는 구조를 차단하고, 공적 성격에 맞는 분산된 지배구조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90%가 넘는 지분 인수를 승인하는 것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 시점의 승인 절차와 향후 입법 논의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15~20% 대주주 지분 제한을 담으려는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설령 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인수 건에 즉각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이슈가 될 소지는 있지만, 법 시행 전까지는 대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거래소 지분 제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시스템 결함 문제를 대주주 지분율과 연계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내부통제 미비와 소유 구조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여당의 거래소 지분제한에 대한 기조가 급변한 배경에 보이지 않는 윗선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시장에 돈다"고 언급했다.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한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지분 상한 규정이 어떤 형태로 담길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분 제한 수위나 적용 시점, 경과 규정 등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위 승인 여부가,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방향이 관건"이라며 "당국 판단과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시장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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