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지 공장 원하는 캐나다…韓 산업·통상·외교 역량 시험대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다음 달 입찰을 앞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가 단순한 방산 경쟁을 넘어 경제·산업 협력 게임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업 규모만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원팀'을 꾸린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2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입찰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과 독일의 방산 기술 싸움인 듯 했던 이번 수주전은 캐나다가 CPSP 발주 대가로 자동차 등 대대적인 투자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초대형 경제 딜'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승부의 최종 변수는 잠수함 자체 성능보다 캐나다가 원하는 '산업 협력 패키지’를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방한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Defence Procurement Minister)은 한화오션과 HD현대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해 우리나라의 잠수함 역량을 직접 점검했다.
퓨어 장관은 캐나다 정부의 국방 조달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최고 책임자로 잠수함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내 잠수함 건조 역량과 기술력을 직접 확인한 퓨어 장관은 "매우 놀랍다. 마치 미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이와 함께 퓨어 장관은 잠수함보다 더 큰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도 함께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CPSP 입찰의 결정적 기준이 산업적 파급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퓨어 장관은 "한국과 독일은 모두 자동차 제조국"이라며 "이런 분야에서 (캐나다와) 협력 가능성이 있다면 방산을 넘어 더 큰 경제 협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는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로부터 거센 관세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한국, 독일 등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CPSP 입찰을 단순한 방산 계약이 아니라 캐나다의 제조업·철강·자동차·에너지 산업 등을 되살리는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는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의 추가 시설 등을 CPSP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쟁국인 독일은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를 내세워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딜'을 기획,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파워코는 지난해 70억 달러를 투자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캐나다 록 테크 리튬과 연평균 1만톤의 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과 함께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다만 캐나다가 원하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건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1989년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캐나다 퀘벡에 설립했었지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로 4년 만에 공장을 폐쇄한 전례가 있다. 지금도 현대차와 기아의 캐나다 판매량은 약 26만대로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10%대에 불과하다. 이에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세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4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미국이 (캐나다에) 관세를 100% 매기면서 캐나다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어 그 공간을 메우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강 실장은 "독일엔 폭스바겐이 있고 우리는 현대자동차가 있는데 자기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고 검증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과 독일의 수주 가능성에 대해 "현재 스코어는 49 대 51"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51로 앞선 이유에 대해서는 "캐나다 국민의 대다수는 유럽에서 이주해온 분들이고, (캐나다는) 안보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CPSP 수주전이 우리나라의 산업·통상·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딜로 확전되면서 잠수함 성능만으로 수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CPSP 최종 입찰은 오는 3월 마감된다. 최종 사업자는 5월 선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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