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낀 매물 실거주 유예 검토…"갭투자 불가피"

[더팩트|황준익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다가오면서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 물량이 늘고 있다. 다만 수요자들 입장에서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본격적인 거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과 함께 퇴로를 열어주면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에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417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방침을 밝인 지난달 23일(5만6219건) 대비 7.4%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압구정동의 경우 압구정현대1, 2차아파트는 최근 전용 161㎡가 호가 82억원에 나왔다. 지난달 실거래가 89억원이었는데 7억원이나 낮아졌다.
압구정신현대아파트도 최근 전용 183㎡이 92억원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12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0억원이 낮다. 압구정 현대는 양도세는 물론 보유세 부담도 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110㎡이 31억원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거래된 33억80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낮췄다.
현장에서는 매물이 나오더라도 기존 호가 대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압구정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말만 해도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 집을 내놨다가 거두는 매도인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있다"며 "고령층 중심으로 이제는 팔 때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이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줄 매수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전·월세 세입자가 있는 경우 당장 매물을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토허구역에서는 매수자가 4개월 안에 실거주해야 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매수우위지수는 94.9로 전주 99.3보다 4.4포인트 떨어졌다. 2주 연속 하락이다. 매수우위지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 높아지고 팔려는 사람이 늘면 낮아진다.
판교에 전세를 주고 있는 한 다주택자는 "연말까지 전세 기간이 남았는데 지금 팔려면 이사비까지 줘야 하는 상황이라 내놓기도 어렵다"며 "일단 정부의 정책 변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임차인 거주 주택에 대한 실거주 유예 방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은 당장 팔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세입자의 잔여 임차 기간을 보장하고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늦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갭투자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늦추게 되면 2년 가까이 '갭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가 전세금 5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아파트를 10억원에 매물로 내놓으면 매수인은 5억원만 주고 매수할 수 있다. 임대차 종료 계약이 종료되는 2년 뒤 5억원을 세입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추가 자금 마련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 완화가 전세 낀 매물까지 폭넓게 허용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경우 매수자가 장기간 실거주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투자 목적 거래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1~2년 이내인 물건에 한해 허용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의무화 등 세입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되는 등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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