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지는 분명, 관건은 공급 추진력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았고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까지 경고했다. 목표는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움직일 핵심 요인으로 명확한 공급 신호를 꼽는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가 이어지며 정책은 실행 단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 SNS로 압박, 현장서 직설…李 부동산 강경책
이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르다. 지난달 23일부터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놓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은 데 이어, 1주택자라도 투기 목적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속도를 내 궁극적으로 서울·수도권 집값 과열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SNS를 통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것이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를 제재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수요를 겨냥한 수위를 높인 발언을 이어왔다.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000·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중요한 일',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것은 아닐 것'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현장 발언은 더 직설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경남 창원 타운홀 미팅에서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시끄럽다.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아파트 한 평에 3억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말이 되느냐. 아파트 한 채에 100억원, 80억원 도대체 나는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집중과 불균형 문제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권한을 가진 범위 내에선 죽을 힘을 다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SNS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꾸거나 물러서지 말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동산 대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같은 날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협박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정권의 폭거다.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부동산 규제 대책을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 공급부지 지자체·시민 반발…근조화환에 반대 집회까지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일~4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해 61%가 '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잘못된 조치'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다만 1·29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두고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47%,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4%로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도심 주택 공급 확대·신속화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서울 3만2000가구·경기 2만8000가구·인천 100가구 등 모두 6만 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용산과 과천 등 상징성이 큰 입지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도심 공급계획을 출발점으로 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추가적인 공급부지를 계속 발굴하겠다"며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들이 공급 확대를 신뢰할 수 있도록 조기 착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르면 이달 중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공급 대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공급부지로 나온 지자체·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내놓은 용산 1만 가구 계획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용산구는 1·29 대책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도 구성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앞에는 근조화환이 줄줄이 세워졌다.
과천시·시민들도 반발이 크다. 정부가 과천 경마장·국군방첩사 부지를 개발해 98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지역 곳곳에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고 집회까지 열렸다. 과천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반시설·재정 여건 고려 없는 추가 개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공급 확대를 둘러싼 정책 의지는 분명하지만 실행 단계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도 선명해지고 있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공급 대책을 둘러싼 지자체와 주민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라며 "이번 대책은 사전 준비가 더 치밀했어야 했다고 본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 좌초를 겪은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명확한 공급 신호가 승패 가른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안정 여부는 결국 공급 신뢰 회복에 달렸다는 진단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급 확대 기조를 분명히 한 점은 시장 기대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 주도 공급 확대와 함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전문위원은 "시장에는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반면 공급 불안은 크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명확한 공급 신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수요 억제 정책은 단기 과열을 누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 안정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급과 제도 측면에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요 사업지별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설명자료에서 "용산은 주택 물량 확대에 따른 국제업무지구 기능 약화 우려가 있다"면서도 "도시 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과천과 관련해선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광역교통 개선과 자족 기능 강화를 반영할 것"이라며 "미래 산업과 일자리가 공존하는 첨단 직주근접 기업도시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여러 대안을 검토해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수요가 있는 지역에 꾸준히 공급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며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가고 주민 의견도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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