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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케빈 워시 카드…한국은행 금리 인하 시계 더 멀어지나
기준금리 2.50% 한은, 물가·성장·환율 사이 '3중 고민' 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앞에도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이 워시를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매파'로 인식해 달러 강세·미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2.50%를 유지 중인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경기, 환율·자본유출 리스크 사이에서 금리 인하 속도를 더 조절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케빈 워시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를 지낸 인물로, 당시 금융위기 국면에서 양적완화(QE) 확대에 비판적인 소수파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에는 다른 경제학자들과 함께 공개서한을 통해 대규모 자산매입이 향후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버블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통화정책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언론 기고와 강연에서 "저금리와 과도한 유동성 의존이 시장 왜곡과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여러 차례 펴며 통화완화에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최근에도 물가가 목표 수준 근처에 와도 대차대조표 정상화와 시장 기능 회복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선 그를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인물'로 분류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지명으로 워시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 현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연준 수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언론들은 워시가 공화당·월가 네트워크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동시에 통화정책에서 규칙기반 접근과 물가 안정 우선 원칙을 강조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 지명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이 생각보다 빨리 비둘기파(완화적 스탠스)로 돌아가진 않을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살짝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상단을 시험하고, 달러 인덱스가 강세로 방향을 튼 가운데, 금·비트코인 등 위험·대체자산 가격은 조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어서는 등 고환율 압력이 다시 커진 가운데 외환·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워시 체제 하에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경우 재차 긴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달러 강세·미 국채 금리 상승이 겹치면 신흥국 통화·채권에서의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워시가 과거 발언에서 "연준이 때때로 긴축·완화 모두에 늦게 움직여 경기·시장 충격을 키웠다"고 비판해온 만큼, 무조건적인 '초매파'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향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그가 인플레이션·성장·고용 사이 균형에 대해 어떤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뉴시스

기준금리 2.50% 한은, '미국 3.50~3.75 vs 한국 2.50' 금리차 속 고민

현재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범위는 3.50~3.75%로, 연준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뒤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네 차례 연속 동결한 이후, 올해 들어서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가 목표에 근접하는 과정이지만, 성장 둔화와 금융안정 리스크(부동산·가계부채·환율 등)를 함께 고려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용 총재 체제의 한국은행은 2022~2023년 고물가 국면에서 선제적 인상을 단행한 뒤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세 차례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3.50%에서 2.50%로 낮췄다. 현재는 물가가 목표(2%)대에 근접했지만, 가계부채·부동산시장 조정·원화 약세 가능성 등을 이유로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시 지명은 한국은행의 향후 인하 '속도·폭'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준이 워시 체제에서 인플레이션 재가열 가능성을 의식해 금리 인하 경로를 보다 완만하게 가져가거나, 장기금리·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한·미 금리차를 크게 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6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정책 운용 여력 등을 감안할 때 대내외 충격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은 지연 또는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위원은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은행이 2월 이후 몇 차례 금통위에서 워시 인준·취임 과정과 미국 경제 지표를 지켜보며, 기준금리 2.50%를 조금 더 오래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국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더라도, 환율·자본유출·가계부채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서둘러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1월 한은 금통위 의결문에는 이전과 달리 '금리인하'를 언급하는 문구가 사라지기도 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연내 한두 차례 소폭(0.25%포인트) 인하를 하되, 한·미 금리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와 동시에 △거시건전성 규제 △은행 자본규제 △대출 규제 등을 통해 내수·부동산 과열을 제어하는 데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워시 후보자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완화적으로 연준을 이끌 것이란 기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한 양적긴축 재개 가능성도 열려 있어 장기금리 불확실성은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워시 지명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건 맞지만, 한국은행이 인사 한 건만 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한·미 금리차와 원·달러 환율, 물가·성장 지표를 모두 보면서 인하 속도를 조절하는 '느린 출구전략'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준의 새 수장이 인플레를 얼마나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달러·글로벌 금리·신흥국 자금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한국은행으로서는 환율·금융안정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정책 여력을 남겨두면서,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균형 감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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