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S·X 접고 로봇 사업 확대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전기차 중심 성장 전략에서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로 실적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와 신사업 확장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49억달러, 주당순이익(EPS) 0.50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EPS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17%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평균 전망치는 매출 247억9000만달러, EPS 0.45달러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순이익(일반회계기준)은 8억4000만달러로 61%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7%로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원가 부담과 가격 인하 경쟁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 보면 자동차 매출은 177억달러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반면 에너지 생산·저장 부문 매출은 38억달러로 25% 증가했고 서비스 및 기타 매출도 34억달러로 18% 늘었다. 전통적인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에너지·서비스 부문이 실적을 일부 방어한 셈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948억달러로 전년 대비 3% 줄었으며,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 매출은 695억달러로 10% 감소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가격 인하 경쟁 심화가 실적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중국 BYD에 내줬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몇 분기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단기 실적 압박을 인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실적 둔화에도 테슬라는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에 2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약 85억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로보(무인)택시 전용 신차 '사이버캡',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에너지 저장장치와 배터리 제조 등을 포함해 총 6개의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AI 연산 인프라 확대와 기존 공장 생산능력 증설에도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생산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테슬라는 초창기부터 생산해온 프리미엄 세단 모델 S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X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해당 생산 공간을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를 "명예로운 전역"이라고 표현하며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 규모의 옵티머스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AI 분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 CEO가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에 약 2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관련 절차는 올해 1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테슬라는 이번 투자에 대해 "AI를 물리적 세계로 가져오는 제품과 서비스를 대규모로 개발·적용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xAI의 생성형 AI 모델 '그록'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했다.
이와 맞물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다른 핵심 사업들과의 결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페이스X는 테슬라나 xAI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으며, xAI와의 기업 결합 역시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네바다주에는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법인 두 곳이 최근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에서는 모델 3와 모델 Y를 중심으로 효율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두 모델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160만대 이상으로 전체 인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테슬라의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모델 S와 모델 X, 신차 사이버트럭을 합친 연간 판매량은 5만850대 수준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가 소수 주력 모델에 집중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테슬라는 주력 차종으로 현금을 창출하면서 로봇과 AI 같은 고부가 신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다음 성장 사이클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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