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떼고 '주주'로 진화…'빚투'·포모 우려 과제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해 쾌거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승세가 AI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점과 내수 부진 등 경제 기초체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은 불안 요소다. <더팩트>는 코스피5000 시대가 갖는 의미와 함께 오천피가 '사상누각'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혁신과 성장 등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관리 지표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예적금 등 은행권에 묶어놨던 돈을 빼고 주식 거래 대금으로 대거 투입해 유동자산 중심으로 자산 흐름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시장의 변동성만 키우던 과거 '개미'는 사라지고 자본 시장 핵심 동력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98년 통계가 시작된 후 역대 최대치일 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 보름여 만에 약 16조원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언제던 주식을 사기 위해 준비해 둔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이다. 예탁금이 늘어나면 증시에 들어오려는 돈이 많다는 것으로 인식돼 자본시장 유동성이 활발해졌다는 지표로 활용된다. 개인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대기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 활황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자금 유입은 은행권 자금 이탈과 궤를 같이한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지표는 32조원 넘게 빠져나갔으며, 이 자금 상당수가 주식 계좌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인 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지난 19일 기준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자본시장을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 동원력은 실제 거래 대금 증가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개인은 약 6조456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차익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유 중인 주식이 각자 설정한 매도 구간에 진입한 것은 물론, 상승 국면에서 사들였던 주식들도 일정 부분 수익을 내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모습이다.

단순히 투자 규모만 커진 것도 아니다. 과거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시세 차익에만 몰두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문화도 '단타' 중심에서 '장투'로 이동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당시 코스피 2.7개월, 코스닥 1.1개월에 불과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6.5개월, 코스닥 2.9개월로 2배 넘게 늘어났다. 회전율 중심의 매매에서 벗어나 상장지수펀드(ETF)나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며 기업의 성장 과실을 함께하고 배당으로 가치를 삼는 주주 중심의 투자행태가 깔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성숙해진 투자 문화 이면에는 상승 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포모(FOMO) 우려도 공존한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빚투'가 코스피 5000 시대 도래와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26조원을 돌파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자산의 대이동이 코스피 5000을 이끌었으나 대형주나 특정 섹터 쏠림 현상이 심화하거나, 신용융자 잔고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향후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면 충격이 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오천피'를 위한 동력이 되려면 냉철한 투자 판단도 중요한 시기"라며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질적 성장을 이루면서도 단순한 지수 상승을 넘어 기업 가치 제고를 견인하는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코스피 5000 이후 랠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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