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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고갈 부추기는 간이대지급금…회수율 30% 불과
3년 새 임금체불 50% 급증…임채기금 적립금 반토막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규모는 2021년 1조3505억원에서 2024년 2조448억원으로 5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불 근로자 수는 24만7005명에서 28만3212명으로 약 15% 늘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 / 뉴시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규모는 2021년 1조3505억원에서 2024년 2조448억원으로 5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불 근로자 수는 24만7005명에서 28만3212명으로 약 15% 늘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 / 뉴시스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최근 3년간 임금체불 규모가 약 50% 급증하면서 임금채권보장기금(임채기금)의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이 노동자 생계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지만, 회수율이 30%에 그쳐 제도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규모는 2021년 1조3505억원에서 2024년 2조448억원으로 5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불 근로자 수는 24만7005명에서 28만3212명으로 약 15% 늘었다.

임금체불 규모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여파와 건설·내수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지급금 지출 건수는 2021년 10만8613건에서 2024년 13만209건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지출액도 5465억7100만원에서 7242억700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대지급금 재원인 임채기금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적립금은 2021년 7305억원에서 2024년 2473억원으로 3년 새 반토막(52.5%)이 났다.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신호다. 재원 확충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도산대지급금 지급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기금 감소는 임금체불 규모가 커진 탓도 있지만, 재정악화의 가장 큰 이유로는 ‘간이대지급금’ 제도가 꼽힌다.

간이대지급금은 영업 중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에 대해 국가가 사업주 대신 최대 1000만원까지 임채기금에서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감독관이 발급하는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만 있으면 2주 내 지급이 이뤄진다. 이런 방식의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당초 대지급금은 회사가 도산·폐업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 퇴직 노동자에게 지급됐지만,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근로감독관이 발급하는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만으로도 간이대지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봤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노동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노동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문제는 간이대지급금 지출 비중이 전체 대지급금 지출의 90%를 웃돈다는 점이다.

2024년 간이대지급금 지출 비중은 92%(6693억7900만원)로 2023년 94%(6472억7100만원)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사업주로부터의 변제금 회수율은 32.2%에서 30%로 더 떨어졌다. 청산율(당해연도 체불액 대비 대지급금 지출액의 비율)도 40%에서 35%로 낮아졌다.

올해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고환율,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을 고려하면 임금체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대지급금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제도개선을 위해 지난해 ‘대지급금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임채기금 사업주 부담금 비율을 0.06%에서 0.09%로 인상했다. 또 대지급금 회수는 국세체납처분절차(법인·대주주 등 압류)를 적용하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민사소송 절차로 회수에 평균 290일이 걸렸지만, 국세체납처분 절차를 적용하면 바로 압류가 가능해져 약 150일로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간이대지급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 재정 건전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창근 노동법률사무소 필립 대표 노무사는 "사업주 부담비율 인상이나 회수 절차 강화만으로 재정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지불 능력을 상실한 법인에 대한 강제 징수는 재기 가능성을 낮추고, 회수율 제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간이대지급금이 사실상 사업주와 근로자가 체불 사실을 인정하면 지급이 이뤄지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 노무사는 "실제 체불액이 400만원이어도 600만원으로 부풀려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체불금품확인원을 받는 경우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간이대지급금 남용을 막기 위해 요건을 강화할 경우, 오히려 취약 노동자들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근로계약서나 급여명세서, 4대보험 신고 등 핵심 증빙은 대부분 사업주가 관리하는 만큼, 영세사업장이나 일용직 노동자는 체불 사실을 입증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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