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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성공 신화 다시 쓴다…영업익 100조 향하는 삼성전자 전영현호
흔들렸던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 딛고 우뚝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이끄는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1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이끄는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1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대응이 늦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적자가 이어지며 미래 경쟁력과 관련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반응을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가 한국 기업 역사상 분기 최대인 20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반도체 부문이 크게 기여했다. 내외부적으로 "삼성이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도 삼성 반도체를 둘러싼 의심이 사라져서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부활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이 반등한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유의 집요함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조직 재정비에 성공, '초격차 회복'이라는 결실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이라는 성공 신화를 쓰게 된다면 전 부회장의 DS 복귀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삼성전자는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잠정치)를 공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2.71%, 208.17% 급증한 호실적이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한국 기업 최초의 기록이다. 영업이익 약 6조5000억원으로 실망감을 안기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지 불과 1년 만에 단순한 개선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는 점에서도 놀랍다는 시장 반응이 이어졌다.

◆ 분기 영업익 새 역사…삼성 메모리 화려한 부활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1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매모리사업부의 비중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투자 붐이 일어났고, 공급 부족으로 범용 D램 및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면서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은 40~50% 상승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HBM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한 삼성전자가 HBM3E 출하량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또한, 비메모리 부문의 적자 축소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1·2분기 각각 2조원대였으나, 4분기 1조원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빼앗겼던 지난해 4분기 D램 점유율 1위 자리도 1년 만에 되찾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259억달러인데, 이중 D램 매출은 192억달러, 낸드 매출은 67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전체 메모리 매출은 224억달러, D램 171억달러, 낸드 53억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 연구원은 "삼성이 돌아왔다"며 "범용 D램에서 고객의 수요 트렌드에 맞춰 서버 위주로 잘 대응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더팩트 DB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더팩트 DB

◆ "위상 되찾겠다" 약속 지킨 전영현 DS부문장

시장 상황과 함께 전영현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전 부회장은 지난 2024년 5월 DS부문장으로 선임된 직후 임직원들을 향해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다짐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복귀 당시 사업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업황이 회복세에 들어서긴 했으나, 직전까지 연간 적자가 15조원에 달할 정도로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전 부회장이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데다 자리를 옮긴 삼성SDI에서도 적자를 극복하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음에도, 떨어질 대로 떨어진 분위기와 사기를 쉽게 끌어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과감한 인사, 전담팀 구축 등 빠르게 조직을 정비한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을 겸하며 근원적 경쟁력 향상에 공을 들였다. 필요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며 재차 흔들리지 않는 기본기를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D램을 재설계하는 강수를 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2023년 개발해 사용하던 10나노급 5세대 D램(D1b)을 과감히 건너뛰고, 10나노급 6세대 D램(D1c)으로 넘어가면서 HBM 시장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뒤 명확한 진단, 치열한 토론 등을 거쳐 개선점을 도출하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전 부회장 특유의 뚝심과 정면돌파 경영 스타일이다. 전 부회장 자신도 지난 2024년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자 침묵하지 않고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쳤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 반도체 훈풍 타고 연간 영업익 100조 시대로

전 부회장이 이끄는 DS부문은 올해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약 43조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은 제한적인 D램 공급과 견조한 수요 강세가 맞물리며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HBM4(6세대)에서도 성과가 기대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등에 HBM4를 공급하기 위해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번 계기로 HBM 시장 판세를 뒤집겠다는 각오다. 비메모리 부문의 실적 개선도 지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일각에서는 일감 추가 확보를 통해 파운드리가 실적 턴어라운드에 시동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 부회장은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 메모리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자. 파운드리 사업은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눈높이가 곧 우리의 기준이어야 하는 시대"라며 "탄탄한 기술력을 쌓아, 어떤 외부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도록 새해에도 함께 힘차게 달려가자"고 당부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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