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경쟁 심화·대출 규제…은행 수익성 방어 '이중고'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증시 호황으로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 수익을 좇는 자금이 예·적금을 떠나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자,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붙잡기에 나섰지만 수익성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87조8291억원으로, 한 달여 전인 77조9120억원 대비 약 10조원 증가했다. 증시 거래대금 확대와 맞물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자금 유입이 이어진 결과다.
반면 은행권의 자금 이탈은 뚜렷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이달 6일 기준 646조5463억원으로, 지난해 말 674조84억원과 비교해 27조4621억원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비용이 낮은 핵심 조달원으로, 이번 감소는 단순한 수신 축소를 넘어 자금 조달 구조의 질적 악화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머니무브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 효과라기보다 구조적인 변화에 가깝다는 평가다. ETF와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과 AI·반도체 관련 테마로의 직접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 매력이 떨어진 예·적금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응책으로 예금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달 평균 2.816%로 전월 평균 2.568% 대비 0.248%포인트 상승했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지만, 이는 곧바로 이자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수익성 지표에는 부담이 반영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는 지난달 평균 1.35%포인트로, 전월 평균 1.424%포인트 대비 0.074%포인트 축소됐다. 수신 경쟁 심화로 조달 비용은 오르지만,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을 고려하면 대출금리를 같은 폭으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위험가중치 상향 등 규제 환경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선택지는 더욱 제한되고 있다. 대출 자산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 성장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신 경쟁까지 격화되며 전통적인 예대마진 중심 수익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중심의 전통적인 은행 모델에서 자본시장과 연계된 종합 금융 모델로의 전환 압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중장기 대응 전략으로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자산관리(WM)와 투자상품 판매 강화, 자본시장 연계 상품 확대, 디지털 플랫폼 기반 수수료 수익 창출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감소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예금금리 인상에만 의존하는 대응은 수익성 악화를 심화시킬 수 있고, 대출 총량 관리와 위험가중치 규제 등으로 제약이 뚜렷해, 이자이익 중심의 방어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이자이익을 늘림과 동시에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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