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집행·인사·징계·계약 등 내부통제 붕괴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농협중앙회가 회장 해외출장 숙박비를 규정 상한선보다 4000만원 초과 집행하고, 임원 성과급을 즉석 안건으로 의결하는 등 이른바 '돈잔치' 운영 실태가 확인됐다. 인사·징계·계약 등 운영 전반에 걸쳐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협중앙회·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농협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해 감사담당관실, 농업금융정책과, 농촌사회서비스과 담당자 9명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4개 공공기관의 감사·검사업무 담당자 11명 등 총 26명을 투입해 감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홈페이지에 ‘농협 관련 익명 제보센터’를 운영해 지난해 말 기준 총 651건의 익명 제보를 접수했다.
◆ 회장 1박에 220만원 스위트룸…특별성과 보수·활동수당 '펑펑'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확인된 사항은 중앙회 43건, 재단 22건으로 총 65건에 달한다.
2024년 제15차 이사회에서는 특별성과보수를 1인 즉석 안건으로 상정·의결해 지급사유·금액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부회장(전무이사), 집행간부 등 11명에게 총액 1억5700만원(1400만~1600만원)을 지급했다.
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회원조합 감사)는 인사가 독립돼 조합감사위원장에게 인사권이 있다.
하지만 중앙회는 조감위원장이 아닌 부회장(전무이사)에게 인사서열(승진·전보)을 보고하고 중앙회 인사부서가 승진 규모를 검토·조정함으로써 조합감사위원회의 인사독립을 훼손했다.
조감위원회는 회원조합에 대한 감사결과 징계에 해당하는 사항(문책사항)은 조합감사위원회 징계심의회를 통해 징계수위를 결정해야 하지만 74건은 징계심의회에 부의하지 않았다. 211건은 징계가 아닌 주의처분 하는 등 회원조합에 대한 감사 처분 조치에 소극적이었다. 조합장에게 처분한 경징계 27건(견책) 중 최소 6건(성희롱, 업무상 배임 등)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2022년 이후 징계한 임직원 범죄행위 21건 중 혐의가 있는 6건의 고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지도, 고발하지도 않았다.
또 성희롱을 비롯한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내부 직원(여성 미포함)으로만 편향적으로 구성했다. 중앙회에서 검토한 징계수위를 100% 그대로 반영했다. 중앙회에서 회원조합에 지원하는 무이자자금 지원과 관련 2023년 대비 2024년 무이자자금 지원액이 약 1조원 증가했으나, 이사조합(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회원조합) 등 특정조합에 집중 지원되고 있었다.
일반조합은 113억원에서 121억7000만원으로 7.6% 증가한 반면 이사조합은 143억2000만원에서 181억원으로 26.3% 늘었다.
농협중앙회장 해외출장시 숙박비는 250달러가 상한선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시 실비를 집행할 수 있지만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집행하는 등 공금낭비 행태가 확인됐다.
강호동 회장이 숙박비를 지불한 5차례 해외출장 모두 1박당 50만~186만원을 넘겨 총 4000만원을 초과 집행했다. 상한선 250달러(8일 기준 환율 36만원)에 186만원을 초과해 약 220만원에 5성급 스위트룸을 이용한 적도 있었다.
비상임 이사·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수당(월 300만~400만원) 외 특별한 활동을 한 경우 지급하는 특별활동수당을 활동내역, 증빙서류 등에 대한 확인·점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년 2회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재단에서는 사무총장 등 전문직 신규 채용 절차를 구제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사장 단독 지명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회원 조합에서 농업인 등에게 지원한 내역을 점검하지 않아 기부 물뭎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장 농민신문사 겸직 연봉만 3억…직상금 타당성 집행 실태 점검
추가 감사할 사항은 중앙회 37건, 재단 1건 등 총 38건이다.
먼저 농협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중앙회에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 농민신문사에서는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과 퇴직금( 전 회장 4억2000만원)까지 수령한다. 퇴직 시에는 주앙회에서 퇴직공로금( 전 회장 3억2300만원)을 받는 것이 적정한지 검토할 방침이다.
중앙회 회장을 포함한 임원 등이 별다를 제한없이 집행하는 직상금의 타당성과 집행 실태도 검토할 계획이다. 직상금은 업적우수, 성실·창의적인 업무수행, 농협사업 적극 참여 등 업무추진과 재해극복 및 조직발전에 공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2024년 집행 규모는 중앙회장 10억8400만원, 전무이사 1억8300만원 감사위원장 2900만원에 달했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지급해 총 23억4600만원을 사용했다. 이는 예년 3억원 대비 20억원 증가한 것이다.
휴대폰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휴대폰 제조·판매사로부터 구입하지 않고 농협경제지주와 수의계약을 통해 조달해, 자금집행 및 계약과정 등의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하고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10억원의 당기순솔실에도 상근 임원 득별성과 보수를 지급했다.
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3억2000만원 지급 의혹, 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법령 위반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2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증거확보와 사실관계에 대한 형사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임직원 금품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위혹, 특정업체에 대한 부당이득 제공, 계열사 부당인사 개입 의혹, 부당대출 의혹, 물품 고가 구입 등 비위 제보에 대하여는 제보내용에 대한 점검·확인 등을 거쳐 필요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현재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달 중 사전처분통지를 거쳐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최종 처분은 3월께 나올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감사 결과와 연계해 반복적인 비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가 감사와 회원조합에 대한 현장 특정감사의 경우 보다 철저하고 강도 높은 감사를 위해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합동감사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선거제도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농업계, 외부 전문가 등을 포한함 '(가칭) 농협 개혁 추진단을 이달 중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감사관실과 외부 감사위원들이 강호동 농협회장과 지준섭 부회장에게 문답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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